분식회계 코스닥 상장사 5년간 세무조사 무마…전·현직 공무원 12명 검찰 송치

코스닥 상장업체로부터 세무조사를 무마해 주는 조건으로 수억원을 받은 전·현직 세무공무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그래픽=뉴스1 방은영 디자이너)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코스닥 상장업체로부터 세무조사를 무마해주는 명목으로 수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전·현직 세무공무원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5급 세무공무원 출신의 세무사 A모씨와 현직 6급 세무공무원 B모씨를 비롯한 12명의 전·현직 세무공무원을 뇌물수수·뇌물공여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아울러 이들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5년 가깝게 분식회계 사실을 숨기고 횡령 및 탈세를 저질러온 코스닥 상장법인 T사 대표 C모씨 등 임직원 9명을 포함한 10명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에 따르면 세무사 A씨 등 2명은 2010년 10월부터 2016년 9월에 이르는 동안 세무조사를 막아 주겠다며 T사로부터 3억7700만원 상당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전직 세무공무원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세무공무원 B씨 등에게 T사 관계자의 청탁을 알선하는 대가로 뇌물을 공여한 혐의도 받는다.

B씨 등 전·현직 세무공무원 10명은 A씨로부터 6건의 세무조사를 무마해주는 등의 대가로 2억2000만원 상당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현금으로 1억7000만원 가량을 받았고, 현직 6급 세무공무원 D모씨 등은 현금·체크카드와 골프 및 식사 등 형태로 4000만원 가까운 뇌물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T사는 휴대폰 모듈과 터치스크린 등을 개발·제조하는 코스닥 상장법인으로, 2011년 4월 코스닥에 우회 상장해 올해 3월 기준으로 주주 8800여명에 시가총액은 798억원 상당의 기업이었다.

T사 관계자들은 법인통장 입출금 내역과 채권채무조회서를 위조해 약 5년 동안 67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 사실을 숨겨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이 같은 방법으로 코스닥 상장회사 지위를 유지했고, 전·현직 세무공무원들에게 뇌물을 공여하면서 세무조사를 피해왔다. 경찰은 이들이 이렇게 탈루한 세금이 수십억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은 정확한 세금탈루액 규모를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은 위조서류로 상장법인 지위를 유지하면서 금융기관으로부터 18회에 걸쳐 228억원 가량의 대출을 받은 한편, 비자금을 조성해 31억원을 횡령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횡령한 금액은 T사 관계자들의 유흥비 등으로 쓰였다. T사는 분식회계 등 회계부정을 이유로 결국 지난 10월11일 최종 상장폐지됐다.

경찰은 T사 대표 C씨 등 회사 관계자 9명에게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사문서 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특경가법상 횡령, 제삼자뇌물교부, 특경가법 위반(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기업·세무사·세무공무원이 연결된 전형적인 지역토착비리로 규정하고 지난 10월1일 비위 혐의가 확인된 세무조사 건을 국세청에 재조사해달라고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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