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로 이자와 세금 부담 커져…식품·외식메뉴 가격 인상 영향도

지난해 전체 가구의 소득은 1% 늘었지만 식품-외식메뉴 등은 6% 넘게 올라 장바구니 물가에 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연합뉴스] Ⓜ
지난해 전체 가구의 소득은 1% 늘었지만 식품-외식메뉴 등은 6% 넘게 올라 장바구니 물가에 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연합뉴스] Ⓜ

[미래경제 김석 기자] 작년 가구의 먹거리 물가 부담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구가 이자 및 세금을 내고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소득은 1%대 증가했지만 먹거리 물가는 6% 넘게 올라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일부 식품-외식 기업이 가격 인상 요인으로 제품 가격을 빠르게 올리면서 인하 요인에는 가격을 내리지 않아 불합리한 가격 인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가구 처분가능소득(가처분소득)은 월평균 395만9000원(1∼4분기 평균)으로 전년보다 1.8%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소득은 월평균 497만6000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2.8% 늘었지만 이자·세금 등을 빼고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은 1.8% 늘어 전체 소득보다 증가 폭이 더 낮았다. 이는 지속되는 고금리 등으로 이자와 세금 부담이 더욱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가처분소득 증가율과 비교해 먹거리 물가 상승률은 6%대로 큰 차이를 나타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대표 먹거리 지표로 꼽히는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는 각각 6.8%, 6.0% 올랐는데 이는 가처분소득 증가율의 각각 3.8배, 3.3배였다.

가공식품은 세부 품목 73개 중 68개 물가 상승률이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웃돌았다.

드레싱이 25.8%로 가장 높고 이어 잼(21.9%), 치즈(19.5%), 맛살(18.7%), 어묵(17.3%) 등 순이었다. 평소에 소비가 많은 설탕(14.1%), 소금(13.0%), 아이스크림(10.8%), 우유(9.9%), 빵(9.5%), 생수(9.4%), 라면(7.7%) 등도 높은 편이었다.

외식 세부 품목 39개 중에서는 커피(외식)(1.7%)를 제외한 38개 품목 물가 상승률이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상회했다.

피자가 11.2%로 가장 높고 햄버거(9.8%), 김밥(8.6%), 라면(외식)(8.0%), 오리고기(외식)(8.0%), 떡볶이(8.0%), 돈가스(7.7%) 등 순으로 뒤를 이었다.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도 3.1%로 가처분소득 증가율보다 높았다.

특히 과일이 9.6%로 가처분소득 증가율의 5.3배에 달했다. 사과는 24.2%로 무려 13.4배였고 귤(19.1%), 복숭아(11.7%), 파인애플(11.5%), 딸기(11.1%), 참외(10.5%) 등의 물가 상승률도 10%를 웃돌았다.

농산물 중에서는 채소와 수산물 물가 상승률이 각각 4.8%, 5.4%로 조사됐다.

이처럼 먹거리 부담이 커지면서 식사비 지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전체 가구 소비지출은 지난해 월평균 278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5.7% 늘었지만 이 중에서 식사비 지출은 월평균 40만7000원으로 7.9% 급증했다.

지난해 먹거리 부담이 컸던 이유는 제품 가격이 줄줄이 인상된 영향이다.

빵과 과자, 아이스크림, 생수 등의 가공식품과 햄버거, 치킨 등 외식 품목 가격이 잇따라 올랐는데 식품기업과 외식업체들은 원재료 가격, 인건비, 물류비, 임대료 상승 등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부 가격 인상에 대해서 과도한 인상과 꼼수·편법인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제품 용량을 줄이는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과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제품이나 서비스 질을 낮추는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 등에 대한 논란도 일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관련된 시장 조사에 나서기며 하며 소비자단체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일부 식품 기업은 수출 호조 등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농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9.0% 증가한 3조4106억원으로 영업이익은 89.1% 늘어난 2121억원을 달성해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삼양식품도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1.2%, 62.5% 각각 증가한 1조1929억원과 1468억원으로 창사 이후 처음 매출 1조원과 영업이익 1000억원을 돌파했다.

빙그레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85.2% 급증한 1124억원으로 1967년 설립 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최근 들어서는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률은 둔화세를 나타내지만 농산물 물가가 치솟아 장바구니 부담 요인이 여전했다.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이 8.0%로 높아졌고 과일은 28.1%까지 치솟는 등 농산물이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또한 지속되는 고금리로 인한 금융 부담 등으로 가처분소득이 큰 폭으로 늘기는 쉽진 않아 장바구니와 외식 부담은 여전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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