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형식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 수립해 공시토록…인센티브 약하다는 평가도

정부가 한국 증시의 저평가가 지속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이를 해결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CG=연합뉴스] ⓜ
정부가 한국 증시의 저평가가 지속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이를 해결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CG=연합뉴스] ⓜ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오랫동안 ‘한국 증시의 저평가’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가운데 금융당국이 지난 26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 이를 해결하겠다고 적극 나섰다.

이를 통해 기업들의 자발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과 주주가치 존중 문화의 확산을 통해 한국 증시를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는 것이다.

다만 기업들의 적극적인 호응과 장기적인 추진 동력 확보가 뒷받침 돼야 하는데 시장 참여를 유인할 인센티브가 기대보다 약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국내 증시는 지난 십수년간 양적 성장을 거듭해 왔지만 지지부진한 주가 수준은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와 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한국 증시(코스피·코스닥 합산) 시가총액은 2558조원으로 주요국 13위 수준까지 성장했지만 순자산 또는 순이익과 비교해 주가 수준은 현저히 뒤떨어져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 주식시장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작년 말 기준 1.05배, 10년 평균 1.04배로 집계됐다. PBR 1배 수준이라는 건 순자산의 장부가치 수준에서 주가가 형성됐다는 의미다.

이는 작년 말 기준 미국(4.55배) 등 선진국 평균(3.10배)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일 뿐 아니라 대만(2.41배), 인도(3.73배), 중국(1.13배) 등 신흥국 평균(1.61배)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코스피 상장사 526개(65.8%)와 코스닥 상장사 533개(33.8%)의 주가는 장부가보다도 저평가된 PBR 1배 이하를 기록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배당 등 미흡한 주주환원 정책과 저조한 수익성,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저평가’의 유력한 원인으로 손꼽았다.

이날 발표한 밸류업 프로그램도 국내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고 그 과실을 투자자들과 함께 향유하는 ‘선순환적 자본시장 구축’을 중점목표로 했다.

상장사들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자율적으로 수립·이행하고 이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세제 방안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골자다.

기업들에 의무 조항을 주지 않고 시장 압력에 맡기는 방식을 택한 점도 특징이다.

금융당국은 기업가치 우수 기업들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개발하고 이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연내 상장시켜 주주가치 존중 기업이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국민연금 등 시장 ‘큰 손’들의 투자 판단에 활용될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 코드(기관 투자자 행동 지침)에도 ‘투자 대상 회사의 밸류업 노력을 점검해야 한다’는 취지의 조항을 반영한다.

이는 최근 도쿄거래소의 기업가치 제고 권고 및 그에 따른 일본 증시 호황세를 벤치마크한 것이다.

가장 핵심은 이번 정부 정책이 ‘일회성 주주환원’이나 ‘단기 테마’ 성격에 그치지 않고 장기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사다. 중장기적인 문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광범위한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기업 자율 이행 형식인 데 비해 인센티브가 너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업을 움직일 만한 확실한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기업 특유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내용이 담기지 않은 것도 한계로 지적됐다.

이날 이 같은 발표에도 코스피는 저PBR 종목들에 대한 차익 실현 매물 등으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반면 정부가 ‘저평가’ 해소에 대한 의지를 적극 표명하면서 상승 모멘텀은 당분간 연장될 것이란 낙관론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밸류업 프로그램을 반영해 코스피 목표 전망치를 상향 조정 중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밸류업 이외에도 다양한 노력을 이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소액주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사 책임 강화, 주주총회 내실화, 주식매수청구권 제도 개선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불법 공매도를 근절하고 자본시장 접근성을 개선하는 방안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대체거래소(ATS) 내년 상반기 출범 등을 통해 시장 간 경쟁을 촉진하고 비상장주식시장의 제도화 방안도 올해 상반기에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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