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금리상승 가능성까지 고려해 대출자 상환능력 추정
은행 금리인상까지 더해져 점점 높아지는 대출 문턱

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창구 모습. [자료사진=연합뉴스] ⓜ
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창구 모습. [자료사진=연합뉴스] ⓜ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대출의 한도가 크게 줄어들게 되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이번주부터 은행권에서 처음 적용된다.

이는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고려해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보수적으로 추정하기 때문으로 최근 일부 은행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금리까지 올리는 분위기로 은행 문턱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이날부터 일제히 새로 취급하는 주택담보(오피스텔 포함) 가계대출의 DSR을 ‘스트레스 금리’ 기준으로 산출한다.

DSR은 대출받는 사람의 전체 금융부채 원리금 부담이 소득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하기 위한 지표로 해당 대출자가 한해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현재 은행권의 경우 대출자의 DSR이 40%를 넘지 않는 한도 안에서만 대출을 내줄 수 있다.

지금까지는 현재 실제 금리를 기준으로 DSR을 산정했지만 이른바 ‘스트레스 DSR’ 체계에서는 실제 금리에 향후 잠재적 인상 폭까지 더한 더 높은 금리(스트레스 금리)를 기준으로 DSR을 적용한다.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경우 늘어날 원리금 상환 부담까지 반영해 변동금리 대출 이용자의 상환 능력을 더 깐깐하게 보겠다는 의미다.

한 시중은행의 시뮬레이션(모의실험) 결과를 보면 실제로 연봉 5000만원인 A씨가 40년 만기(원리금 균등 상환)로 주택담보대출(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을 받을 경우(다른 대출이 없다고 가정) 스트레스 DSR 적용에 따라 대출 한도가 2000만원 가량 작아진다.

같은 조건의 혼합형 금리(5년 고정금리 이후 시장금리 기준 6개월 또는 12개월 주기 변동금리)나 주기형 금리(5년 고정금리 이후 시장금리 기준 60개월 주기 변동금리) 상품의 한도 축소 폭은 각 1100만원(3억4500만원→3억3400만원), 500만원(3억4500만원→3억4000만원)으로 변동형 상품보다는 작다.

금리 안정성 측면에서 고정금리 기간과 변동금리 조정 주기를 최대한 늘리자는 스트레스 DSR 도입 취지에 따라 변동형(스트레스 금리 1.5%×100%×25%)보다는 혼합형(1.5%×60%×25%)에, 혼합형보다는 주기형(스트레스 금리 1.5%×30%×25%)에 더 적은 스트레스 금리를 더한 결과다.

올해 하반기 이후 스트레스 DSR 체계가 2단계(2024년 7월 1일∼12월 31일), 3단계(2025년 1월 1일 이후)로 넘어가면 대출 한도 축소 폭은 더욱 커지게 된다.

스트레스 금리의 반영 비율이 1단계 25%에서 2단계 50%, 3단계 100%로 갈수록 높아지는 영향이다.

A씨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스트레스 DSR 이전 3억4500만원 ▲스트레스 DSR 1단계 3억2800만원 ▲ 2단계 3억1200만원 ▲3단계 2억8400만원이다.

이 시뮬레이션에서는 내년부터 시작되는 3단계 스트레스 금리도 1.5%p로 가정됐는데 이는 현재 금리 추세로 미뤄 올해 11월을 기점으로 현 금리와 직전 5년간 최고 금리와의 실제 격차를 다시 따져도 하한선(1.5%p)을 밑돌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2단계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은행권 신용대출과 은행 외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에도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고 3단계에서는 적용 범위가 모든 가계대출로 넓어지는 만큼 향후 금융권에서 받을 수 있는 전체 대출 한도가 뚜렷하게 줄어들게 된다.

여기에 최근 시중은행의 인위적 금리 인상까지 이어지면 금융 소비자가 체감하는 대출 문턱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우리은행은 28일부터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상품에 따라 0.10∼0.30%p 올릴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이미 지난 19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금리를 각 0.05∼0.20%p 올렸다.

이처럼 은행들이 코픽스(COFIX)나 은행채 등 지표금리 흐름과 상관없이 가산금리를 더하거나 우대금리를 깎아 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연초부터 가계대출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도 지난 20일 열린 ‘가계부채 리스크 점검 회의’에서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과도한 금융회사 등에 대해서는 자체 관리 방안 등을 신속히 협의해나갈 방침이라고 압박하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가계대출 수요를 낮춰야 한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22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1303억원으로 집계됐다.

1월 말(695조3143억원)보다는 1840억원 줄었지만 작년 말(692조4094억원)과 비교하면 2조7209억원(0.39%) 증가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535조6308억원)의 경우 1월 말(543조3251억원)보다 1조3057억원 많고 지난해 말(529조8922억원) 이후 불과 한 달 20여일 사이 5조7386억원(1.08%) 더 불어났다.

은행권에서는 최근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은행들이 금리를 다시 올리고 스트레스 DSR까지 적용되면 가계대출 증가 속도는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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