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곳 이상 대출 받은 다중채무자 450만명 ‘역대 최다’
가계대출자 279만명 빚갚느라 소득 대부분 써야할 처지

지속되는 고금리로 여러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더 이상 돈을 빌릴 곳도 갚을 길도 없이 막막한 한계 대출자가 늘고 있다. [CG=연합뉴스] ⓜ
지속되는 고금리로 여러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더 이상 돈을 빌릴 곳도 갚을 길도 없이 막막한 한계 대출자가 늘고 있다. [CG=연합뉴스] ⓜ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지속되는 물가 상승 부담 영향으로 금리 인하 시점도 늦춰지는 가운데 더 이상 돈을 빌릴 곳도 없고 갚을 길도 찾지 못한 한계 대출자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450만명이 3곳 이상에서 대출을 이용한 다중채무자이며 279만명은 소득의 대부분을 빚을 갚는 데 써야 할 처지로 추정된다.

최근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다중채무자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현재 국내 가계대출 다중채무자는 450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은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로 다중채무자는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차주를 말한다. 고금리에 가장 취약한 만큼 한은·금융당국의 집중 감시·관리 대상이다.

특히 450만명은 직전 분기(2023년 2분기 448명)보다 2만명 늘어난 역대 최다 기록이다. 또한 다중채무자가 전체 가계대출자(1983만명)에서 차지하는 비중(22.7%)도 사상 최대 수준이다.

다만 이들의 전체 대출 잔액(568조1000억원)과 1인당 평균 대출액(1억2625만원)은 2분기(572조4000억원·1억2785만원)와 비교해 3개월 사이 4조3000억원, 160만원 감소했다.

단순히 다중채무자 수만 늘어난 게 아니라 여러 지표상 이들의 상환 능력도 한계를 맞았다. 대출 한도와 높은 금리 등으로 추가 대출을 통한 돌려막기가 사실상 막혔기 때문이다.

다중채무자의 평균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작년 3분기 말 현재 1.5%로 추산됐다. 이는 2019년 3분기(1.5%)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들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58.4%로 여전히 소득의 약 60%를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한다.

DSR은 대출받는 사람의 전체 금융부채 원리금 부담이 소득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하기 위한 지표로 해당 대출자가 한해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보통 당국과 금융기관 등은 DSR이 70% 안팎이면 최소 생계비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소득으로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으로 간주한다. 상당수 다중채무자의 형편이 한계(70%)에 다다른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다중채무자의 26.2%(118만명)는 DSR이 70%를 넘었고 14.2%(64만명)는 100%를 웃돌았다. 갚아야 할 원리금이 소득보다 많다는 의미다.

전체 가계대출자로 대상을 넓히면 DSR이 70%를 넘은 차주는 279만명(14.0%·70∼100% 117만명+100% 이상 162만명)에 이른다.

무엇보다 다중채무자 가운데 소득과 신용도까지 낮은 대출자들의 상환 부담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상태인 다중채무자를 ‘취약 차주’로 정의하는데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이들은 전체 가계대출자 가운데 6.5%를 차지했다.

직전 분기(6.4%)보다 0.1%포인트(p) 늘어 비중이 2020년 3분기(6.5%) 이후 3년 만에 최대 기록을 나타냈다.

3분기 말 현재 취약 차주의 평균 DSR은 63.6%였고 취약 차주 가운데 35.5%(46만명)의 DSR이 70% 이상이었다. 이들의 대출은 전체 취약 차주 대출액의 65.8%(63조4000억원)를 차지했다.

한은은 지난해 말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취약 차주, 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등 취약 부문의 대출 건전성이 저하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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