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올해 경쟁사보다 앞서 1.8나노 공정 도입 예고…삼성전자에 도전장

삼성전자가 지난해 메모리반도체 불황으로 2년 만에 반도체 1위 자리를 인텔에 내줬다.  / 삼성과 인텔. [PG=연합뉴스] ⓜ
반도체 시장 매출 1위를 두고 다툼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인텔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맞붙는다.  / 삼성과 인텔. [PG=연합뉴스] ⓜ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대만 TSMC가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시장에서 점유율 반등을 노리고 있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라이벌 인텔이라는 새로운 도전자를 만나게 됐다. 

인텔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서 연 ‘IFS 2024’를 통해 파운드리 시장을 휘어잡고 있는 TSMC는 물론 시스템반도체 시장 1위를 노리는 삼성전자에 선전포고했다. 

인텔은 올해 안에 '인텔 20A'로 불리는 2나노미터(㎚·1㎚=10억분의 1m)와 1.8㎚(인텔 18A) 파운드리 공정을 도입하고 고객사를 본격 유치할 계획이다.

인텔은 이날 1.8㎚ 공정 고객사를 4곳 확보했다고 공개했다. 이 중에는 대규모 선주문을 넣은 회사도 있다고 했다. 또 2027년에는 ‘꿈의 기술’로 불리는 1.4㎚ 공정(인텔 14A)에서 칩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인텔의 본격 진출로 5㎚ 이하 최첨단 파운드리 시장은 TSMC와 삼성전자의 '1강 1중'에서 '1강 2'체제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메모리와 CPU의 강자들이 TSMC가 꽉 잡고 있는 파운드리에 잇따라 뛰어든 건 AI 때문이다. 각 기업이 공들여 개발한 AI 기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면 그 기능을 최적화할 수 있는 AI 반도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이 AI 반도체 자체 개발에 나선 이유다. 마찬가지 이유로 테슬라, 폭스바겐, LG전자 등 자동차·가전 기업들도 자체 칩 개발에 나섰다. AI 반도체 시장은 2030년 1400억달러(약 187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인텔. [자료사진=연합뉴스] ⓜ
인텔. [자료사진=연합뉴스] ⓜ

인텔의 도전에 삼성전자는 더욱 긴장한 모습이다. 그동안 엔비디아, 퀄컴, AMD 등 많은 대형 파운드리 고객사가 1순위로 TSMC, 2순위로 삼성전자에 일감을 줬는데, 2순위 자리를 놓고 삼성과 인텔이 싸울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인텔이 미국 기업이란 점도 부담이다. 미국 정부의 지원은 물론 미국에 본사를 둔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인텔이 공개한 4개 대형 고객사 대부분은 퀄컴 등 미국 기업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삼성전자는 미국 '칩스법' 보조금을 신청한 상황에서 아직 보조금 규모 등이 확정되지 않았다. 국내 투자에 대해서는 세액공제 지원이 이뤄지긴 하지만 경쟁국 대비 높은 법인세율과 최저한세 등으로 지원 효율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수율 확보와 반도체 설계자산(IP) 확보 등을 통해 기술개발 로드맵을 순차적으로 이행해 나가며 점유율을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IP 전문기업 영국 ARM과 3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서 협력 강화에 나서는 등 반도체 IP 파트너 확장에도 힘쓰고 있다.

다만 반도체 업계에서는 초미세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장비를 사용한 양산이 처음인 인텔이 고객사들이 원하는 수준의 수율(정상품 비율)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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