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자국 기업 글로벌파운드리스에 2조원 넘는 보조금 지급 발표
일부 독소 조항 풀어야할 숙제…자국 기업 우선 지급에 더 미뤄질 수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워싱턴 AP/연합뉴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워싱턴 AP/연합뉴스] ⓜ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미국 정부가 반도체법 발효 이후 첫 대규모 반도체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가운데 미국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진행중인 삼성, SK도 보조금 지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뉴욕타임스(NYT)·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이날 미 상무부는 글로벌파운드리스의 뉴욕주·버몬트주 신규설비 투자와 기존설비 증설을 위해 15억달러(약 2조70억원)를 지원하는 내용의 예비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최종 협약은 실사를 거쳐 확정되며 지원금은 설비 투자 진행 상황에 따라 단계별로 투입될 예정이다.

이는 미국에서 반도체법이 발효된 이후 세 번째 보조금 지원이자 10억달러가 넘는 첫 대규모 지원 사례다. 

미국은 2022년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반도체 법을 제정했다. 반도체법은 ▲반도체 보조금(390억달러) ▲연구개발(R&D) ▲지원금(132억달러) 등을 5년간 총 527억달러 지원하는 게 골자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반도체 법 첫 수혜 대상으로 영국의 방산업체 BAE 시스템즈를 선정했다. 공장 현대화에 35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자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에 1억6200만달러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보조금 지원 물꼬를 트면서 삼성전자, 인텔 등도 보조금 혜택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이 제정된 뒤 지금까지 170여개 기업이 460개의 투자의향서를 미국 정부에 제출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TSMC, 인텔, 삼성전자 등도 보조금 지원을 두고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향후 6~8주 이내에 (보조금 지급) 추가 발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 입장에선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지급시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텍사스 테일러에 170억 달러를 들여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150억 달러 규모의 첨단 패키징 공장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이 공장 건립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미국 투자 계획에 따라 진행 중이다. 최 회장은 지난 2022년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화상 면담에서 총 220억 달러 규모의 미국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이들 업체는 보조금 지급에 앞서 구체적인 세부 요건에 대한 미국 정부와의 협상을 매듭 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또 초과 이익을 낼 경우 보조금의 75%를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하는 점, 중국 공장 증설을 제한하는 점 등 독소조항에 대한 협상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 정부가 반도체법 발효 1년이 지나도록 불과 보조금 지원이 3곳에 불과 하고, 자국 내 기업을 우선으로 보조금을 지급할 경우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점은 또다시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긴 기다림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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