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올해 상반기 내 금리 인하 쉽지 않아”…미 연준 하반기 인하 가능성

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 [PG=연합뉴스] ⓜ
한국은행 기준금리 동결. [PG=연합뉴스] ⓜ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와 관련해 내리지도 올리지도 못하는 고심이 길어지는 가운데 지난 22일 기준금리를 다시 3.50%로 유지하는 9연속 동결을 결정했다.

무엇보다 통화 정책의 제1 목표인 물가 안정 측면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아직 한은의 목표인 2%까지 떨어지지 않은 데다 가계부채 증가세도 여전해 서둘러 금리를 내릴 수 없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미국(5.25∼5.50%)과의 역대 최대(2.0%p) 금리 격차도 이어지고 있어 한은이 연방준비제도(연준·Fed)보다 앞서 금리를 낮춰 외국인 자금 유출과 환율 불안의 여지를 만들 이유도 없다.

다만 지속된 고금리를 유지하기도 힘든만큼 결국 한은도 연준을 따라 하반기부터 통화정책 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이날 새해 두 번째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금통위는 회의 의결문에서 동결 결정의 배경에 대해 “물가 상승률의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소비자물가 상승률 2%)으로 안정될 것으로 확신하기는 아직 이르고 대내외 불확실성도 크다”며 “주요국 통화정책과 환율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내외 정책 여건의 변화도 점검할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앞서 2020년 3월 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p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고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금리를 0.75%p나 내렸다.

이후 무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2021년 8월 26일 마침내 15개월 만에 0.25%p 올리면서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다.

그 뒤로 기준금리는 같은 해 11월, 2022년 1·4·5·7·8·10·11월과 2023년 1월까지 0.25%p씩 여덟 차례, 0.50%p 두 차례 등 모두 3.00%p 높아졌다.

하지만 금리 인상 기조는 사실상 지난해 2월 동결되면서 3.5% 기준금리가 작년 1월 말부터 이날까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한은이 9연속 동결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물가·가계부채·부동산 PF·경제성장 등 상충적 요소들이 모두 불안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또한 경제 규모(GDP)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가계부채가 계속 늘고 총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개발 공약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까지 다시 들썩이는 점도 한은의 조기 금리 인하를 막아서고 있다.

실제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은 1월까지 10개월째 불었다. 특히 1월에만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855조3000억원)이 4조9000억원 늘었는데 1월 기준으로는 2021년 1월(+5조원) 다음 역대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이다.

작년 말 기준 가계신용(빚;가계대출+미결제 카드 사용액) 잔액(1886조4000억원)도 직전 분기(1878조3000억원)보다 0.4%(8조원) 늘어 역대 최대 기록을 넘어섰다.

아울러 미국의 인하 시점이 계속 늦춰지는 점도 한은의 동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현지 시각) 미 연준이 공개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대체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목표 수준(2%)을 향해 계속 둔화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기준금리 인하는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올해 상반기에 금리를 인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의견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전문가들은 대부분 한은의 동결이 상반기까지 이어지다가 미국이 6월께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서면 한은도 하반기부터 금리를 낮추기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올해 상반기에 금리를 인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의견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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