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사 자본 요건 대폭 강화-자기책임 높이는 방향 등 제도 개선 검토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최근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시작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시행사 자본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등의 대책 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무엇보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PF 시장의 근본적인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PF 사업자는 자기 돈을 전체 사업 규모의 5%만 투입하고 금융회사로부터 95%를 조달하는 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호황기에 큰 수익을 벌 수 있다.

하지만 고금리 및 부동산 침체 등 여건이 악화되면 금융경제를 뒤흔드는 ‘뇌관’으로 작동할 수 있어 위험요소로 지목된다.

27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부동산 PF 사업자의 자기 책임을 높이는 방향의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PF 구조는 시행사가 땅값부터 70% 이상을 브릿지론을 통해 해결한다. 토지 매입비용은 기본적으로 사업자가 충당하는 미국 등 선진국과 다른 구조다.

시행사는 토지를 사들인 뒤 이를 담보로 PF를 일으켜 앞서 빌린 브릿지론을 갚고 입주자들이 주택담보대출로 마련한 돈으로 PF를 상환한다.

이러한 구조로 시행사들은 총 사업비의 5~10% 안팎에 불과한 자기자본으로 수조원대의 부동산 개발에 나설 수 있었다. 부동산 호황기에는 이러한 구조가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금융권에도 큰 수익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최근 금리가 높아지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PF 부실이 건설업계뿐 아니라 금융권까지 ‘뇌관’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감독원, 연합뉴스]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감독원, 연합뉴스] ⓜ

이복현 금감원장은 PF 시행사의 총사업자금 대비 자기자본비율 상향 조정과 관련해 100%에 가까울 정도로 자기 책임이 될 수 있는 상태에서 부동산 개발 시행을 하지 않는 것은 앞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 같은 PF 사업장의 금융권 차입 및 의존도를 최대한 낮춰야 한다는 발언에 금융당국 측은 시행사의 강한 자본 요건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대출 없이 사업을 진행하란 뜻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만 자본력이 너무 부족한 시행 사업자들을 걸러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지만 자본 요건 수준 등을 두고는 계속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PF 규제를 더욱 강화할 경우 공급 정책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부동산 PF 시장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 개발사업 추진 방식 등의 근본적인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는 국토교통부와 함께 선진적인 해외 사례 조사 등을 포함한 연구용역을 한국개발연구원(KDI)·한국조세재정연구원·국토연구원에 맡겨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연구용역은 올해 상반기 내 마무리될 예정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PF 부실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기존 3000개가 넘는 PF 사업장들에 대한 사업성 재평가 및 경·공매 등을 통한 정리 작업도 상반기부터 본격화된다.

금감원은 금융권에 결산 시 사업성이 없는 PF 사업장에 대해서는 예상 손실을 100%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하고 신속히 매각·정리할 것도 주문한 상태다.

경·공매를 통해 토지 가격이 내려가야 PF 사업성이 개선되고 새로운 자금이 흘러들어올 것이란 게 금융당국 판단으로 PF 부실 정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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