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작 ‘이영섭 조각전–어린왕자의 꿈’ 展 24일부터 열어

이영섭, 어린왕자2206(Blue), 116x62x33cm, 혼합재료, 2022.[사진=갤러리작 제공]
이영섭, 어린왕자2206(Blue), 116x62x33cm, 혼합재료, 2022.[사진=갤러리작 제공]

[미래경제 김정희 기자] 갤러리작(대표 권정화)은 24일부터 9월 8일까지 이영섭 조각가를 초대해 ‘어린왕자의 꿈’전을 연다.

이영섭 작가는 세계 최초 ‘발굴조각’으로 조각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있는 작가로 최근 제주도 풍광과 해, 달, 별, 바람, 해녀들의 숨비소리 등 자연과 호흡하며 작품 제작에 심혈을 기울인 2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어린왕자의 꿈’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블루, 오렌지, 그린 등 아름다운 보석이 박힌 어린왕자를 비롯해 양갈래 머리의 정겹고 예쁜 소녀의 모습을 담은 ‘바다-소녀’, 푸른 파도처럼 빛나는 열정을 품은 여인을 그린 ‘열정’ ‘뮤즈’ ‘비양도에서’ 등을 선보인다.

또한 광복절을 맞이한 8월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로 유명한 윤동주 시인을 떠올리며 애잔한 마음으로 빚어낸 ‘서시’ ‘詩-달’ ‘詩-별’의 작품도 빛난다.

생소한 이름의 ‘발굴조각’ 기법은 세계 조각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기법으로 기존의 조각 원리를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작업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에디션 작업과 NFT 등 작업이 성행하지만 이영섭 작가의 작품은 모든 작업을 혼자 감당하며 단 한 점씩만 만든다.

그의 작품은 깎아내고 주물로 뜨는 조각의 통념을 넘어 땅속에서 ‘발굴’한다. 작업실 너른 흙마당에 밑그림을 그린 뒤 흙을 파내고 그 속에 자신이 독자적으로 연구 개발한 혼합재료와 유리·보석·백자나 분청사기 파편·돌 등을 넣고 흙으로 덮는다. 여러 날이 지나면 흙을 털어내고 끄집어내는 방식이다.

이영섭, 비양도에서, 176x49x35cm, 혼합재료, 2022.[사진=갤러리작 제공] ⓜ
이영섭, 비양도에서, 176x49x35cm, 혼합재료, 2022.[사진=갤러리작 제공] ⓜ

그가 작업하고 있는 모습은 흡사 고고학자가 발굴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자연환경과 시간의 흐름이 작가와 함께 조각품을 빚어낸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담겨 유물 같은 조각은 자연스럽고 친근하면서 질박하면서도 세련미가 있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서 영감을 얻은 연작은 특유의 목도리가 휘날리는 형상에 인간의 순수함, 영원한 꿈과 희망을 상징적으로 담아냈다. 절대적 순수미가 작품 속에 녹아 있다.

작가의 작품은 한국의 미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고졸한 미를 추구한다. 모자란 듯 하지만 정겹고 투박하지만 편안하고 친근한 이미지와 여백미가 담겨있다. 정확하게 계산된 조각이 아니라 소박한 느낌의 생명력이 느껴지며 흙이 자연스럽게 굳혀낸 흔적으로 완성되어 볼수록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마치 오랜 시간을 땅 속에서 머문 듯 깊이감과 자연의 갖가지 흔적들을 오롯이 담고 있는 작품들은 모두 발굴기법을 통해 탄생한 작품들이다.

이영섭 작가는 젊은 시절부터 테라코타 작업으로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테라코타의 성공을 버리고 오랜 시간 세속을 떠나 수행자처럼 고달사지 발굴 현장을 체험하며 작업 방향을 잡아갔다.

갤러리작 이영섭 전시풍경.[사진=갤러리작 제공] ⓜ
갤러리작 이영섭 전시풍경.[사진=갤러리작 제공] ⓜ

한국미에 매료된 그는 기교가 아름다운 작품보다는 이야기가 풍부한 인간적인 삶이 묻어나는 작품을 원했고 현재의 작품에 과거를 소환하며 미래를 이야기 한다. 당연히 재료연구 등 긴 고민과 실험 끝에 발굴조각이라는 독자적인 기법으로 이어졌다.

그의 작업에 대해 평론가 고충환씨는 “레이더가 현재보다는 과거에, 감각적인 표면 현상보다는 시간의 폭력에 휘둘리지 않는 어떤 궁극적인 존재에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역류의 시간 속에서 현재를 끊임없이 과거와 통하게 하는 것 그리고 이로부터 한국인의 원형적인 초상(얼굴)을 찾아내는 것에 작가의 작업이 갖는 의의가 있다”고 평했다.

이제 그는 대표작인 연작 ‘어린왕자’를 비롯해 다양한 주제·소재의 작품들로 국내외에서 주목받는다. ‘어린왕자’의 경우 해외에서 호평이 이어져 작가는 세계 주요 도시에서 ‘어린왕자’ 작품을 시민들과 함께 발굴하는 국제적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또한 내년 10월에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개인전을 계획하고 있다. 제주도와 양평을 오가며 작업하는 작가는 땅속에서 꺼낸 조각을 제주도 앞바다에 수장시켜 수중 전시를 하는 해상조각공원도 계획하고 있다. 잠수함을 타고 다니며 작품을 감상한다는 의미다.

갤러리작은 “단순히 작품을 잘 만드는 기술을 넘어 삶의 진정성과 세월의 흐름을 담아내는 발굴조각가 이영섭 작가는 어느 한 곳에 안주하지 않고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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