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3주 앞두고 덜컥 유예 결정에 쏟아지는 비판들
"현장 살피지 못했다" 지적, 일회용품 규제와 데칼코마니

산업경제팀 김금영 기자
산업경제팀 김금영 기자

[미래경제 김금영 기자] 일회용품 규제에 이어 이번엔 일회용컵 보증금제다.

'환경 보호'를 취지로 환경부가 야심차게 시행하고자 했지만, 두 제도 모두 방향을 잃으면서 현장에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앞서 환경부는 일회용품 규제를 지난 4월부터 시작했다.

규제에 따르면 전국 카페·음식점 매장 안에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수저·포크, 접시·용기, 나무젓가락, 이쑤시개 등 일회용품을 쓸 수 없다.

다만 배달이나 테이크아웃 주문시에는 일회용품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여전한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개인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이나 소규모 프랜차이즈 업체엔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환경부는 규제를 재개하지만, 당분간 과태료 부과 등 단속과 처벌보다는 지도와 안내 등 계도 중심으로 제도를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일회용품 규제가 확실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표류한 가운데 환경부는 일회용품 보증금제까지 꺼내들었다.

일회용컵에 음료를 주문할 때 보증금 300원을 지불하고, 컵을 반환할 때 보증금을 돌려 받는 제도다.

앞서 환경부는 관련 업계와 자발적 협약으로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2003년부터 시행했으나, 미환불금 사용 관리에 대한 투명성 논란 등으로 2008년 제도가 폐지된 바 있다.

그러다 2020년 6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다시 도입 준비에 나섰다.

보증금제 대상은 100곳 이상 매장을 가진 카페·제과점 등으로, 대상 사업장만 3만 8000여곳에 달한다.

하지만 이 또한 반대에 부딪혔다. 보증금 반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컵 바코드 스티커 비용, 보증금에 대한 카드결제 수수료, 컵을 씻는 인건비 등의 부담을 모두 가맹점에게 떠넘긴다는 지적이다.

환경부가 현장의 어려움을 촘촘하게 감안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환경부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일회용컵을 구입해 가맹점에게 판매하는 구조를 감안해 본사를 중심으로 보증금제 시스템을 논의하고 구축해 왔다. 

그런데 본사들이 바코드 구입·부착 의무를 가맹점에게 돌리면서 현장이 혼란에 빠졌다. 이에 환경부는 뒤늦게 본사만 바코드 스티커를 구매할 수 있도록 지침을 바꿨다.

환경부의 홍보 부족도 문제다. 재작년 6월 2일 국무회의 의결로 보증금제 시행이 사실상 확정됐지만, 그 후 약 2년이라는 기간이 있었음에도 대국민 홍보는 거의 없었다는 지적이다.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3개월 전에서야 전국 설명회를 시작했고, 지난달 5일 한차례 시연회를 가졌을 뿐이다.

실생활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책임에도 사전 논의가 부족하고 갑작스럽다고 느낀 국민이 많았다는 평가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친환경 취지엔 공감하나,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를 통해 보증금을 반환받는 과정이 불편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또, 연초부터 커피 가격의 도미노 인상이 이어진 가운데 보증금 제도까지 시행되면 이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가 카페를 찾는 발걸음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이어졌다.

이처럼 일회용품 규제와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똑같이 지적받는 사항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조치'라는 것이다. 홍보 부족, 소비자와 가맹점주에 부담을 떠넘긴다는 지적도 데칼코마니와도 같다.

하지만 정부가 택한 건 명확한 대책찾기가 아닌, 6개월 유예 즉 시간끌기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일회용품 규제의 경우 '규제는 있지만, 단속하지 않는' 미묘한 상황으로 규제가 시작된 지 어느덧 3개월차에 들어가지만 여전히 혼선을 빚고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관한 목소리들에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다가 지난달 20일 간담회 종료 직후 유예 결정을 발표했다. 제도 시행을 고작 3주 앞둔 시점이었다.

여기에 제도 시행 시점만 미룬 것인지, 제도를 손볼 것인지에 대해서도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정부가 입을 닫고 있는 지금도 현장에서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자체를 없애야 한다", "유예 없이 어서 시행해야 한다", "제도를 꼼꼼하게 보완해야 한다"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정부·기업·소비자가 의견을 면밀하게 맞춰야 한다. 6개월의 유예 기간이 단순한 시간벌기가 아닌, 갈등을 봉합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시간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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