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넬(NELL) 정규 9집 앨범 발매
‘Moments in between’ 총 10트랙 수록
“10년 뒤에도 인정받는 앨범…장수 비결은 빅팬”

가사는 진해졌고 사운드는 정교해졌다. 트렌드와 소비라는 날개를 달고 수시로 쏟아지는 음악 시장에서 ‘넬스럽다’라는 올곧은 기개를 유지하며 오랜 시간 동안 사랑을 받고 있는 감성 밴드 넬(NELL)이 날렵해진 운치로 돌아왔다. 아름다운 대상에 빠진 채 잠 못 드는 밤의 시간을 숱하게 보내며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의 감성을 정규 9집 앨범 ‘Moments in between’에 빼곡히 담았다. 10트랙마다 섬세한 감성을 눌러 담느라 2년이나 걸렸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화상 인터뷰로 컴백 기자회견에 응한 넬은 “오랜만의 앨범 발매라 기대되고 설렌다”고 복귀 소감을 밝혔다. 화상 속 작은 화면임에도 2년 만의 컴백을 앞두고 떨림과 설렘의 순간들을 오롯이 지나는 중임이 느껴졌다. 기존에는 꽉 찬 사운드에 촘촘한 가사들을 유영하는 밀도감 높은 노래들을 주로 내놓았다면 이번에는 하나 둘 비워내는 과정을 통해 하나로 엉키는 이야기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10개 트랙에 담아냈다고 밝혔다.

정규 9집 앨범 ‘Moments in between’을 발표한 넬. 사진제공=스페이스보헤미안
정규 9집 앨범 ‘Moments in between’을 발표한 넬. 사진제공=스페이스보헤미안

지난 2일 발표된 정규 9집 앨범 ‘Moments in between’은 감정과 감정의 순간들을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로 쉴 새 없이 풀어냈다. 보컬리스트 김종완의 낭랑하면서도 은은한 목소리에 모던 록 밴드의 담백한 코드 워크에 집중된 앨범이다. 곡마다 눌러낸 정교한 감정과 부드러운 흐름이 고품격 완성도로 귀결된 것을 보니 2년이라는 오랜간만의 컴백이 어쩌면 당연한건지 모른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만든다.

덤덤한 보이스로 화자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읊는 ‘Crash’를 첫 트랙으로 선택한 넬은 빈티지한 멜로트론 플릇과 어쿠스틱 기타로 경쾌하게 튀는 반주와 달리 이별의 묵직한 두려움을 담은 ‘파랑 주의보’로 밴드 특유의 상반된 매력을 들려준다. 이어 ‘Don’t say you love me’, ‘Don’t hurry up’으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흐름은 넬이 가장 잘하는 청아한 울림과 촉촉한 환희를 느끼기에 좋은 트랙들이다. 이후 ‘Duet’, ‘말해줘요’, ‘정야’, ‘Sober’로 이어지며 숨 가쁘게 달려온 거대한 서사시가 담담한 위로로 끝을 맺는다. 때로는 밀도감 있는 사운드를 위해 4~5년에 걸친 고된 작업 과정을 거쳤으며, 몇 곡에만 1년을 매달리기도 했다. 그야말로 시간 위를 유유히 걸으면서 정교함을 덧입히며 하나 하나 완성했다. 

타이틀곡은 ‘유희’와 ‘위로 危路’로 골랐다. ‘유희’와 ‘위로 危路’를 더블 타이틀곡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두 곡 모두 넬의 사운드를 잘 반영하고 있다”라며 “스타일이 너무 다른 곡이라 한 곡만 타이틀곡으로 선정하기 어려웠다”라고 밝혔다.

타이틀곡 ‘유희’’에 대해서는 “‘유희’는 저희가 갖고 있던 사운드를 추구해오고 발전시켜오고 있는 것을 들려주는 곡”이라며 “프로그래밍 된 사운드와 리얼 악기 사운드의 밸런스를 맞추는 걸 좋아하고 두 가지 사운드의 조화를 추구하는 팀인데 그런 면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보여준 노래다. 공연장에서도 즐길 수 있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정규 9집 앨범 ‘Moments in between’을 발표한 넬. 사진제공=스페이스보헤미안
정규 9집 앨범 ‘Moments in between’을 발표한 넬. 사진제공=스페이스보헤미안

또 다른 타이틀곡 ‘위로 危路’에 대해서는 “곡 길이가 길고 그동안 내놨던 타이틀곡과는 거리가 먼 특징을 가진 노래인데 음악 작업을 끝낸 뒤에 만족도가 높았던 곡”이라며 “수록곡으로만 실리기에는 아쉬움이 컸다. 이번 앨범을 대표하는 곡”이라고 애착을 드러냈다. 제목에 대해서는 “한자로 위험한 길이라는 뜻인데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아름다운 대상에 빠져 있는 자신과 그 안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함을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각종 차트가 수시로 개편되고 ‘음원 공룡’ 스포티파이의 국내 진출로 인해 음원 시장이 급격히 요동치고 있다. 히트곡 ‘기억을 걷는 시간’, ‘지구가 태양을 네 번’ , Stay’, ‘그리고, 남겨진 것들’ 등을 통해 고정 마니아 층을 단단히 확보하며 ‘음원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넬에게 음악 생태계의 변화는 매번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넬은 “그 부분은 예전부터 고민을 많이 했는데 우리가 내린 결론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음악을 열심히 만드는 것이더라”라며 “점점 소비 시간이 짧아지고 영상도 음악도 길이가 짧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시간과 공을 들이면 줄 수 있는 감동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건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시대가 느껴지지 않고 오랫동안 들려줄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게 우리의 꿈 중 하나다. 이번 앨범은 10년 뒤에 들어도 좋은 앨범이라는 반응을 꼭 듣고 싶다”라고 밝혔다.

넬의 진심을 담은 노래가 팬들에게도 와닿은 것일까. 앨범 공개 직후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전곡 타이틀곡 수준이라는 극찬부터 2020년대 가요계 ‘명반’까지 거론되며 완성도 높은 작품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1년 정규 1집 앨범 ‘Reflection of’으로 음악계에 데뷔한 넬은 이후 20년 동안 유연하게 잘 흘러올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주저함 없이 팬을 꼽았다. “정말 진실한 마음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게 팬들이 저희 음악을 아껴주셨기 때문에 지금까지 별탈 없이 음악을 해올 수 있었습니다. 지금 정말 많은 것들이 변하고 있는데 저희도 같이 변했다면 중심이 많이 흔들렸을 것 같아요. 저희는 묵묵히 우리의 음악을 하고 있고 그걸 팬들이 좋아해주셔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규 9집 앨범 ‘Moments in between’을 발표한 넬. 사진제공=스페이스보헤미안
정규 9집 앨범 ‘Moments in between’을 발표한 넬. 사진제공=스페이스보헤미안

또한 넬의 단단한 팀워크도 팀 장수에 일조했다. 김종완(보컬), 이재경(기타), 이정훈(베이스), 정재원(드럼)으로 구성된 넬은 지난 2001년 데뷔 이래 원년 멤버 그대로 음악을 해오고 있다. 덕분에 몽환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사운드에 은유적인 가사는 넬의 전매특허가 됐으며, 음악적 색깔을 20년 동안 고스란히 유지하면서도 나날이 선명해져 가는 재주를 부리고 있다.

팀워크의 비결에 대해서는 “위기는 늘 종종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해와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음악 활동이 전혀 없었다. 그럴 때마다 서로를 위로해주면서 ‘1순위에 음악을 두고 살자’ 다짐을 했다. 이 음악이 가장 소중하기에 모든 걸 다 감수하고 지금까지 열심히 해온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거대한 감정의 서사시로 대중에게 우직하게 다가온 넬은 ‘넬스럽다’는 수식어를 다시 한 번 노래로 입증했다. 넬의 음악은 오늘도 시간 위를 차분하게 걸으며 불안함과 두려움에 싸인 우리에게 위로와 환희로 다가온다. 오는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넬스 시즌 2021 모멘츠 인 비트윈(NELL S SEASON 2021 Moments in between)’을 통해 생생한 라이브로 위로의 숨결을 더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미래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은주 객원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