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팀 김석 기자.
산업경제팀 김석 기자.

[미래경제 김석 기자] 튤립 버블(tulip bubble) 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17세기에 네덜란드에서 튤립의 판매를 둘러싸고 일어난 투기 현상을 지칭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당시 네덜란드는 부유한 중산층 사람들이 많은 나라였고, 튤립은 아름답고 보기 좋은 꽃이었지만 대량 재배가 어려웠다. 이로 인해 네덜란드 중산층들에게 있어 튤립은 부의 절대적 상징과도 같았다.

이에 자본가와 서민들은 일확천금의 꿈을 갖고,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튤립 투자에 나섰다.

물론 초창기에 튤립 사업에 뛰어든 이들은 막대한 돈을 벌었지만, 뒤늦게 뛰어든 이들은 당초 바람과는 달리 말 그대로 ‘폭망’ 하고 말았다.

최근 가상화폐 광풍을 보면 17세기 튤립 버블과도 유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가상화폐에 투자하면 인생역전을 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젊은 층의 투자를 부채질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분기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의 신규 가입자는 249만5000여명으로 같은 기간 이들 거래소 전체 이용자(511만4000여명)의 48.8%에 이른다.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든 이들은 대부분 20·30대이지만, 40대 이상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물론 이들의 바람처럼 몇 일 동안 가상화폐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실제로 비트코인 개당 거래 가격은 지난 14일 장중 한때 8000만원을 웃돌면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올 들어서만 140% 가량 상승한 수치다.

또 글로벌 거래 가격 역시 같은 날 6만4586달러(약 7217만원)을 기록하면서 연초 보다 두 배 넘게 올랐다.

뿐만 아니다. 지난 20일 빗썸에 상장한 아로나와토큰은 50원에서 시작해 30분 만에 1076배에 달하는 5만3800원까지 폭등한 바 있다.

이후 각국에서 가상화폐 시장을 규제하거나 조사한다는 이야기가 불거지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이로 인해 가상화폐 시장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수십% 대 손실을 봤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가상화폐 가격이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가상화폐를 정상적인 투자 자산 또는 결제 수단으로 인정해야 할지 아니면 실체가 없는 투기 자산으로 봐야 할지를 두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한민국 청년들이 왜 이런 위치에 내몰리게 됐을까요’라는 글이 게시됐다.

자신을 30대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어른들이 가르쳐줘야 한다고 하셨죠? 대한민국 청년들이 왜 이런 위치에 내몰리게 됐을까요?"라고 말했다. 현재 이 청원은 올라온 지 하루 만에 3만명이 넘게 동의한 상태다.

버블은 영원하지 않다. 다만, 젊은 층과 서민들이 공정한 세상에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가 부여된다면, 아마도 가상화폐 광풍은 저절로 수그러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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