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기업 탄소배출권 구입비 1년 만에 77% 급증한 4353억
현대제철 1571억·기아 1520억 '탄소부채' 부담

정부의 강화된 탄소배출권 거래제로 인해 기업들의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정부의 강화된 탄소배출권 거래제로 인해 기업들의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국내 제조업체들이 올해부터 강화된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행으로 비상이 걸렸다. 철강, 자동차, 정유 등 탄소 배출량이 많은 국내 제조업체들은 탄소배출에 따른 재무 부담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9년 매출 기준 상위 30개 기업은 지난해 4353억원의 온실가스 배출부채를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전년(2456억원) 대비 77.2% 늘었다.

정부는 2015년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면서 각 기업에 탄소배출 할당량을 지정했다. 이를 초과해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배출부채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제3차 계획 기간(2021~2025년) 할당량을 공개했다.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는 기업에 할당량을 준 후 기업들이 과부족분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연평균 탄소 배출량이 개별 업체 기준으로 12만5000t 사업장 기준으로 2500t이 넘는 684개 기업이 적용을 받는다.

올해부터 시행된 3차 계획의 핵심은 기업의 유상할당 비중이 3%에서 10%로 대폭 늘어났다는 것이다. 1차 기간엔 기업에 할당량을 100% 무상으로 나눠줬다. 2차부터는 유상할당 비중을 3%로 설정했고, 3차부터는 10%까지 늘렸다. 총 69개 업종 중 41개 업종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배정된 할당량의 90%를 무상으로 받고, 나머지 10%는 기업이 경매 절차를 거쳐 직접 돈을 들여 구매해야 한다.

기업 중에선 현대제철의 배출부채가 157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2019년 1143억원의 온실가스 배출부채를 쌓았던 현대제철은 지난해 1571억원까지 부채 규모가 늘었다. 작년 영업이익(730억원)의 두 배를 지급하고 탄소 배출권을 사와야 한다는 뜻이다.

이어 ▲기아(1520억원) ▲포스코(786억원) ▲삼성전자(318억원) 등의 순이었다.

기아는 지난해 처음으로 1520억원의 온실가스 배출부채를 회사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회사 측은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 중 연비 규제를 충족하지 못한 물량이 많아지면서 부채로 반영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부채로 잡은 만큼의 탄소배출권을 미국 시장에서 사와야 한다는 뜻이다.

세계 탄소배출량. 자료/국제에너지기구. [그래픽=연합뉴스]
세계 탄소배출량. 자료/국제에너지기구. [그래픽=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올해부터는 한층 강화된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면서 배출부채를 추가로 반영하는 기업이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배출권 수요가 급증하면서 현재 t당 1만8000원대인 탄소배출권 가격이 연내 최소 3만원대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민간 기업뿐 아니라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도 배출부채에 따른 재무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2019년 기준 한전 발전 자회사 5곳(한국수력원자력 제외)이 회계에 반영한 배출부채는 6822억원에 이른다. 한전 발전 자회사 5곳은 포스코에 이어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다.

올해 경기 회복으로 공장 가동률이 대폭 높아진다는 점도 기업들이 겪는 딜레마다. 특히 지난해 공장 가동률을 70%대까지 줄여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이 적었던 정유 업체가 향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철강·시멘트·석유화학 3개 업종에서만 탄소 중립 비용으로 2050년까지 최소 40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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