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네 번째 후순위채 발행으로 연 발행규모 최대 1조7500억원

KB국민은행이 올해 들어 네번째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한다. /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사진=KB국민은행 제공] ⓜ
KB국민은행이 올해 들어 네번째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한다. /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사진=KB국민은행 제공] ⓜ

[미래경제 김하은 기자] KB국민은행이 올 들어 네 번째 후순위채 발행에 적극 나선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자본적정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선제적으로 자본 확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최대 4000억원까지도 조달 가능한 이번 발행을 마치면 연간 누적 발행규모만 1조5000억원을 넘길 전망으로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최대 규모다.

KB금융지주는 그룹 계열사인 국민은행이 후순위채권을 발행한다고 지난 22일 공시했다. 이사회 결의를 통해 발행 목표액은 3000억원으로 잠정 결정했으며 수요 예측결과에 따라 4000억원까지 발행한도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게 KB금융의 설명이다.

국민은행이 후순위채 발행에 나선 것은 올해 들어 네 번째다. 국민은행은 지난 3월과 5월 각각 4000억원, 4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데 이어 지난 8월에도 5000억원을 추가로 발행했다.

세 번에 걸쳐 조달한 금액은 총 1조3500억원으로 이번 네 번째 발행을 마치면 최대 1조7500억원까지 규모가 커진다.

이는 횟수로도 규모로도 올 들어 국내은행 중 가장 파격적인 모습이다. 올해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두 번씩의 발행으로 각각 6900억원(3500억원·3400억원), 6000억원(3000억원·3000억원)을 조달했다. 신한은행은 한 차례 발행으로 2900억원을 조달했다.

국민은행이 후순위채 발행을 적극 추진하는 이유는 자본적정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BIS 자기자본비율 15% 유지는 국민은행 주요 경영목표 중 하나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2014년 바젤III 도입 이후 BIS 자기자본비율을 15% 중반대에서 16% 수준에서 유지해왔다.

그러나 올 들어 국민은행의 BIS 자기자본비율은 14%대로 떨어졌다. 지난 6월 말 기준 BIS 자기자본비율은 14.38%다. 작년 6월 말 15.97%에서 같은 해 12월 말 15.85%로 떨어진 데 이어 100bp 이상 추가로 내려갔다.

여전히 당국의 최소 자본 규제수준인 11.5%는 충족하지만 다른 은행들과 비교해 큰 낙폭을 보이며 BIS 자기자본비율이 은행권 평균치보다 낮아졌다.

지난달 28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0.5%로 인하한 이후 시중은행들의 예·적금 금리 인하가 시작됐다. / KB국민은행 여의도동 본점. [사진=연합뉴스] ⓜ
KB국민은행이 올해 들어 네번쨰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한다. / KB국민은행 여의도동 본점. [사진=연합뉴스] ⓜ

지난 6월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평균 BIS 자기자본비율은 15.01%로 국민은행 BIS 자기자본비율인 14.38%보다 63bp 높다. 국내 은행 평균도 이보다 15bp 높은 14.53%다.

지난 8월 국민은행이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찍어낸 데 이어 이번에 또 다시 발행에 나선 이유가 된다.

통상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은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로 나뉜다.

BIS 자기자본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눠 구할 수 있다. 자기자본은 기본자본과 보완자본의 합계에서 관련 공제항목을 뺀 값이다.

신종자본증권은 기본자본(Tier1)에, 후순위채는 보완자본(Tier2)에 각각 상계되는 방식으로 BIS 자기자본비율 제고에 효과를 낸다.

코로나19 사태로 각종 정책금융을 지원하고 이에 따른 대출이 급증하면서 올해 상반기 국민은행의 BIS비율 하락을 이끈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신규 취급된 소상공인·기업들의 여신이 부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자본 확충에 나선 이유로 풀이되고 있다.

6월 말 기준 국민은행의 원화 대출금은 285조6684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259조1426억원과 비교해 30조원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지난해 말 268조2460억원과 비교해도 약 20조원 증가했다.

특히 기업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기업대출과 가계자금은 각각 12.3%, 8.1% 늘었다. 22일 KB금융이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3분기 실적 자료(잠정)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9월 말 기준 원화 대출금 규모는 약 292조1000억원이다.

대출이 늘면서 BIS 자기자본비율 산정 시 분모에 해당하는 RWA도 급증했다. 국민은행 지난 6월 말 기준 RWA는 215조7301억원으로 전년 동기(182조2448억원)와 비교해 18.4% 증가했다.

지난 8월 5000억원 후순위채 발행 후 예상 BIS 자기자본비율은 약 14% 후반대 수준으로 15%대 복귀를 위해서는 네 번째 후순위채 발행이 필요한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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