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아트 한남 ‘노은님 개인전-노은님의 그림 낚시’ 25일까지 열려

노은님 작가 작품.[사진=가나아트 제공]
노은님 작가 작품.[사진=가나아트 제공]

[미래경제 김미정 기자] 가나아트 한남에서 힘 있는 필획과 다채로운 원색으로 화면을 구성하는 생명의 화가 노은님(b. 1946)의 개인전 ‘노은님의 그림 낚시’전이 25일까지 열린다.

그는 한국 여성작가 최초로 국립 함부르크 조형예술대학의 정교수로 임용되는 한편 바우하우스, 베를린 세계 문화의 집, 베를린 도큐멘타, 국제 평화 비엔날레 등에 초대된 바 있는 국제적인 위상의 작가다.

또한 지난해 11월에는 그의 작업실이 있는 독일 미헬슈타트의 시립미술관에 그의 작품만을 전시하는 영구 전시관이 개관하는 등 국내외로 그 명성은 더욱 높아져가고 있다.

이에 가나아트 한남은 2019년 가나아트센터와 가나아트 한남에서 열렸던 개인전에 이어 그가 고국을 떠나 독일에 자리 잡은 지 50주년이 되는 2020년을 기념하는 전시를 연다.

‘노은님의 그림 낚시’라는 전시명은 작가가 2019년에 열렸던 개인전의 기자간담회에서 나누었던 대화에서 따온 것이다.

당시 그는 “마음먹고 억지로 하면 그림을 못 그려요. 붓을 잡아도 뭐가 나올지 잘 몰라요. 낚시꾼이 어느 때는 물고기를 한 마리도 못 잡고 어느 날은 많이 잡잖아요. 그림도 그래요. 낚시꾼은 그저 바다에 나서서 많이 잡히면 잡히는 대로 아니면 아닌 대로 다음 날을 기대하며 살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그저 아침에 눈을 떠서 캔버스에 점 하나 찍는, 그 자체가 중요한 삶을 살죠”라고 말했다.

이처럼 그림이 낚이길 기다리는 낚시꾼과 같이 하루의 시작을 그림으로 여는 작가가 낚아 올린 생명력 넘치는 그림들이 가나아트 한남의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이번 전시에는 10호에서 30호 사이의 소품 회화들이 주로 출품됐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원형 또는 육각형의 셰이프드 캔버스(Shaped Canvas)가 눈에 띈다.

고양이, 물고기, 새와 꽃 등의 자연물이 생동감 넘치는 모습으로 표현된 회화들은 노은님 작가 특유의 과감한 필획과 원색에 가까운 총천연색들로 생명의 기운이 약동한다.

그는 이러한 생명의 기운을 점을 찍어 시각화하는데 작가의 말에 따르면 점은 곧 눈(目)이다. 그는 어느 날 수족관에서 장님 물고기를 보고 자신의 그림 속 생명체들에 눈이 없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 이후 작가는 눈을 그려 작품에 생명력을 부여했고 이러한 점들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노은님이 사랑해 마지않는 자연물들로 재탄생했다.

또한 회화와 함께 전시되는 모빌 조각을 통해 노은님은 평면 회화 속에 그린 창조물들을 3차원의 공간으로 불러온다. 바람에 흔들리는 모빌은 움직이는 조각으로서 자연(바람)과 상응하는 동시에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회화 속 간단명료한 붓질을 그대로 옮긴 듯 그의 모빌은 단순한 선만으로도 생명력을 가지고 움직이며 공간에 부드러운 율동감을 선사한다.

작가는 목재소를 지나던 중 재단을 하다가 남은 작은 크기의 혹은 그 모양이 맞지 않아 버려진 폐목재를 발견하고 그 형태를 그대로 살려 모빌을 제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작가는 순수한 동심을 가진 어린아이야말로 자신의 작품을 제대로 보는 눈을 가졌다고 이야기한다. 세상을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볼 줄 아는 아이의 눈을 가지는 것, 그것이 작가가 말하는 그림 낚시의 기본이다.

가나아트 측은 항상 살아있음에 감사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하는 노은님 작가의 따스한 마음이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평안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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