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화학·항공·해운·건설업계 '비상'

미국과 이란의 갈등 양상이 무력도발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산업계가 중동 리스크에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PG=연합뉴스]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미국과 이란의 갈등 양상이 무력도발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산업계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이란이 미국 우방국의 석유 시설을 공격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업계에 타격을 미칠 수 있어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태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정유·화학업계, 항공·해운업계 등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우려는 이번 사태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다. 중동 산유국이 원유를 수출하는 길목으로,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호르무즈 해협이 군사 충돌로 막히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르리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올 정도다.

이란이 석유 시설을 공격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당장 석유 수급 영향은 제한적이긴 하지만 중동 리스크가 계속 확대될 경우 불안감이 가중될 전망이다.

항공업계의 경우 항공사별로 유류할증료와 유류 헤지, 비축유 등으로 유가 급등 상황에 대비하고 있기는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실적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항공업계 역시 항공사별로 유류할증료와 유류 헤지, 비축유 등으로 유가 급등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실적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경고. [PG=연합뉴스]

유류비는 통상 항공사 영업비용의 25~30%를 차지한다. 연간 3300만 배럴의 유류를 소모하는 대항항공은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경우 연간 3300만 달러의 추가 비용이 든다.

해운업계 역시 초긴장 상태다. 유가 상승에 민감한 해운업의 특성상 유가가 오르면 자동으로 영업이익률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보험료 폭등 가능성 등도 부담이다.

건설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건설업계의 텃밭으로 불리는 중동 전반에 위기감이 확대되면 수주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라크에는 현대건설, 한화건설, 대우건설 등 14개 건설사 현장에서 1381명의 근로자가 근무 중이다.

가뜩이나 최근 해외건설 수주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미국 관계가 전쟁으로 이어질 경우 우리 건설업계의 '텃밭'인 중동 전반으로 위기감이 확대되며 수주에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어서다.

조선업계는 사업 발주·수주부터 인도까지 2∼3년이 걸리는 등 호흡이 길기 때문에 당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태 장기화로 세계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주면 선박 발주가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

자동차업계 역시 중동 상황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전자업계는 이란은 이미 경제 제재를 받고 있고 중동 시장이 북미나 유럽 등 선진시장보다 규모가 크게 작아 당장은 영업 측면에서 별다른 영향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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