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개인전 ‘계란 한 판, 결혼할 나이’…젊은 세대의 ‘결혼’ 주제로 전시

'결혼 : 천지차이' 한지 위에 수묵과 담채, 콜라주, 199 x 428cm, 2019.(사진=김현정 작가 제공)

[미래경제 김미정 기자] 한복을 입은 여인을 통해 ‘내숭 시리즈’로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한국화가 김현정 작가가 2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금보성 아트센터 1층에서 23번째 개인전 ‘계란 한 판, 결혼할 나이’를 연다.

이번 전시는 김현정 작가가 대한민국 청년작가상을 수상한 기념으로 한국미술협회와 금보성 아트센터의 후원을 받아 열린다.

‘계란 한 판, 결혼할 나이’는 타인과의 관계 맺기 속에서 자신에게 요구되는 역할 기대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욕구 사이에서 갈등하는 자아의식 정립 과정을 다룬 것으로 김 작가의 ‘내숭 시리즈’ 연장선에 있다.

특히 결혼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직면하게 된 작가가 누군가의 아내, 며느리 그리고 엄마라는 새로운 역할과 마주해야 하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경쾌하게 담고 있다.

작가는 자신을 비롯한 젊은 세대들이 경제적 독립을 위한 막막함, 출산과 육아라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두려움, 며느리라는 역할에 대한 부담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전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명화의 기본 구도와 이미지를 차용한 작품들을 다수 소개한다.

'결혼: 웰컴 투 시월드' 한지 위에 수묵과 담채, 콜라주, 91 x 72.5cm, 2019.(사진=김현정 작가 제공)

김 작가는 “명화의 구도와 채색이 화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표현하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명작의 패러디라는 위트 요소가 결혼이라는 민감한 주제가 던지는 중압감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부모님과 결혼 적령기의 자녀들이 함께 전시를 보러 오게 되는 상황을 상상하면 위트의 매력이 한층 빛을 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해는 우리 딸이 시집가는 것이 소원’이라는 엄마의 넋두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져도 끄떡없을 줄 알았는데 그 동안 큰 스트레스로 쌓여 가고 있었던 건지 어느 순간부터 내 작업 방향이 결혼이라는 주제를 응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전 작업인 ‘내숭시리즈’는 내면에 대한 탐구, 외면적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 매력적인 삶의 모습에 대한 지향과 같이 온전히 ‘나’와 ‘나의 관심사’에 맞춰져 있는 작업들이었다면 이번 ‘계란 한 판, 결혼할 나이’는 결혼이라는 제도로 ‘나’와 나와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될 잠재적 타인들을 포함한 ‘나를 둘러싼 세계’로 시야가 확장된 작업들을 선보인다.

작가는 이번 시리즈를 통해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정립해가는 성장 과정을 보여주고자 한다.

김 작가는 “어른들 중에는 ‘때가 되어 어쩌다 하게 된 결혼생활이었다’고 하시면서도 여전히 젊은 세대에게 ‘때가 되었으니 결혼을 해야 한다’는 비합리적 강요를 하는 분들이 있다”며 “나는 그런 생각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적어도 자신이 결혼을 왜 해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당일치기 여행을 가더라도 준비라는 과정이 필요한데 수십 년의 여정을 약속하는 결혼을 앞두고 앞으로 맞이할 여러 역할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공부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세대의 결혼이 늦어지는 데에는 경제적인 중압감도 물론 있지만 결혼을 통해 자신이 마주하게 될 수많은 변화에 대해서 자신이 이를 감당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에 대한 불안감과 의구심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복을 입은 김현정 작가.(사진=김현정 작가 제공)

다만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젊은이들이 직면한 이 문제는 쉽게 떨쳐 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옆에서 지켜보고 직접 겪으며 고민했던 문제들을 이번 작업에 녹여냈고 이를 통해 부모님 세대와 젊은 세대가 느끼는 정서적 불안을 공유하고 더 나아가 젊은이들의 결혼에 대한 불안감이 결코 가볍게 넘길 응석이 아니라는 것을 환기시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이 전시가 세대 간 소통의 창구로써 그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이번 전시를 추석 시즌에 여는 것도 이런 생각 때문이다.

추석 연휴는 젊은이들이 결혼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고 ‘때가 되었으니 결혼을 해야 한다’는 말을 더 많이 듣게 되는 시기다. ‘계란 한 판’의 나이인 사람들이 추석 연휴를 맞아 부모님과 함께 공기 좋고 조용한 평창동으로 나들이 해볼 것을 추천한다.

특히 재미있는 작품들을 보면서 자신의 생각과 고민을 자연스럽게 교환하다 보면 세대 간 생각의 차이가 조금은 좁혀질 수 있지 않을까? 가족이 함께 전시를 보며 소소한 감상을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전시장에 마련된 설문지 코너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동시에 모든 세대들의 결혼관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과 마주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전시는 스튜디오 에이파트(김도형 사진작가), 황금바늘(김영미 원장)과 협업했다. 김 작가 자신이 직접 모델이 된 사진 전시 등 작가의 다양한 시도를 엿볼 수 있으며 이 외에도 명절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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