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부회장 칼라일 초청 대담서 "여러 옵션 검토 중"

정의선 수석부회장(사진 좌측)과 칼라일 그룹 이규성 공동대표가 22일 대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 제공)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이 최근 칼라일 그룹 초청 단독대담에 참석해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언급하면서 다시금 지배구조 이슈가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2일 서울에서 열린 칼라일 그룹 초청 단독대담에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투자자들과 현대차그룹 등 모두가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여러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익을 최대화하고 수익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에서 투자자의 목표와 현대차그룹의 목표가 동일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투자자의 의견을 경청하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정 부회장이 올해 들어 공식적인 자리에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다시금 재개 될 것이란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배구조에 핵심으로 꼽히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도 최근 들어 투자자들과의 소통을 확대하며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다.

26일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이달 국내 및 유럽, 아시아, 미국 등에서 주요 투자자들과의 소그룹 미팅을 갖는다. 국내, 유럽, 아시아 일정은 끝났고 미국에서의 미팅은 이달 28·29일 예정됐다. 이와 별도로 도이치은행 및 NH투자증권 컨퍼런스에도 참여한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달 초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소규모 그룹미팅을 가진데 이어 에든버러, 코펜하겐, 스톡홀름, 런던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 기업설명회(IR)을 진행했다.

이달 21일과 23일까지 미국 뉴욕 및 샌프란시스코에서도 기관 투자자들과 접촉했다. 이들 계열사들은 매주 한번 이상 투자자들과 접촉하며 시장 및 주주소통에 공을 들였다.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에 앞서 시장 지지를 충분히 이끌어내려는 전략적인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정 부회장의 칼라일 그룹 초청 대담 참여도 시장 신뢰를 이끌어내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꼽히는 계열사간 교통정리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0월 현대다이모스와 현대파워텍 합병을 결정한데 이어 올해는 오토에버 상장까지 마무리했다.

오토에버는 공모가 대비 30% 이상 높은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과 IT를 결합해 미래차 시대에 대비하려는 현대차그룹의 결정이 통했다는 의미다. 사업체질 개선 목적의 선행 작업이 성과를 거두면서 모비스·글로비스 분할합병, 현대엔지니어링 기업공개 등 지배구조 개편 핵심 과제를 추진할 때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지배구조 개편을 재추진한다면 1차안을 토대로 주주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완충장치 마련에 공을 들일 가능성이 높다.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지난해 내놨던 1차와 마찬가지로 현대모비스를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놓는 안이다.

이 때 모비스는 지배회사의 프리미엄을 가지기 때문에 사업부문을 분할해 다른 계열사와 합병하는 식으로 균형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

관건은 1차 개편안의 발목을 잡았던 합병비율과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재원 확보다.

분할법인을 어떤 계열사와 합치더라도 공정가치를 근거로 합병비율을 정하면 관련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공정가치란 각 법인 상장 후의 주가를 뜻한다.

순환출자 해소에 필요한 재원 확보도 필요하다. 그룹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려면 총수 일가가 기아차 보유의 모비스 지분 16.9%를 매입하면 된다. 기아차 보유 지분 매입에만 3조5000억원가량의 자금이 필요하다.

재원확보를 고려한다면 모비스 분할법인은 다시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게 유리하다. 정의선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글로비스의 덩치를 키워 주가를 견인하고 이를 판 대금으로 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면 순환출자는 해소된다.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지분 11.7%를 지닌 현대엔지니어링의 계열사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 시나리오도 언급된다. 합병 주체 기업은 그룹 주력 건설기업인 현대건설이다. 모비스 분할법인과의 합병 대상이 바뀔 여지도 있다.

다만 내부적으로 어떤 옵션을 선택할지 확정하지 않았고 현대차를 포함한 주요 계열사 주가 역시 아직 충분히 견인되지는 않아 지배구조 개편을 당장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미래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우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