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정 문화경제팀 기자.

찬바람이 불어오는 계절인 겨울이 오면서 미술시장에도 비수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이미 국내 미술시장은 지난 3월부터 ‘초대형 컬렉터’으로 불리는 삼성 미술관리움의 개점휴업 사태가 발생하면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져왔다. 여기에 사드 보복 등 국내외 악재를 맞으며 시장이 위축된 모습이다.

삼성미술관 리움의 홍라희 관장이 지난 3월 6일 관장직에서 사퇴한 데 이어 홍라영 총괄부관장도 이틀 후인 8일 사퇴했다. 리움은 4∼8월 개최 예정이었던 김환기 회고전을 취소하고 9∼12월 개최를 예고한 서예전 ‘필(筆)과 의(意):한국 전통서예의 미(美)’전도 취소했다. 올 한해 대규모 기획전은 모두 포기하고 ‘상설전’만 계속 진행한다.

이에 대해 미술계에서는 리움이 그동안 기획전은 물론 작품 구매 등을 통해 한국미술의 흐름을 주도해 왔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미술계에서, 특히 화랑들 사이에 리움은 연간 100억원 대 작품을 구매하는 초대형 컬렉터다.

이처럼 홍 관장 사퇴 이후 리움의 ‘개점휴업’이 길어지면서 미술시장도 침체가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더욱이 서울 인사동, 청담동 등 화랑가에는 미술애호가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올해 경매시장 규모도 예년 수준(1720억원)을 밑돌 전망이다. 세계 미술시장의 ‘큰손’인 홍 전 관장이 미술품 컬렉션 투자를 중단하면서 국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리움의 개점휴업이야말로 미술 시장의 최대 악재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홍 관장이 물러남에 따라 미술계도 점차 활력을 잃으면서 전시 성수기인 가을에 대부분 화랑이 기획전 하나 제대로 열지 못하고 있다. 소장품전, 전시장 임대, 지명도가 낮은 작가들의 작품전으로 근근이 버티는 실정이다.

여기에 삼성에 이어 SK, 금호아시아나, 대림산업, 현대자동차, LG 등 국내 대기업도 미술품 컬렉션이나 전시 지원 프로그램을 축소하고 있어 미술계의 고민은 더욱 커진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여러 악재도 있어 기업들의 미술품 구매가 확실히 꺾이면서 이런 분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술계는 홍 관장의 사퇴로 한국 미술시장이 구심점을 잃었다고 평가한다. 그녀는 대단한 수집 파워에 미술품을 보는 안목도 뛰어나 미술계에 큰 힘을 주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국내 미술계의 한 축이라고 할 정도로 큰 버팀목이던 홍 전 관장의 복귀가 어느 때보다도 더욱 절실하고 아쉬운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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