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완화 늦어지면 혁신도 늦어져"…전·월세 보증금 대출로 주담대 시장 노크

(왼쪽부터)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와 윤호영 공동대표가 출범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 하고 있다. ⓒ미래경제 DB

[미래경제 박시형 기자] 카카오뱅크가 최근 발생한 무단인출 사고와 관련해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의 기준(룰)을 더 강화하는 등 조치했다고 밝혔다.

한국카카오뱅크는 3일 서울시 용산구 카카오뱅크 서울오피스에서 출범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발생한 부당 결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금융권에서는 가끔 벌어지는 사고인데 카카오뱅크는 단기간 내 준비하다보니 놓쳤거나 룰을 적용하지 못한 부분"이라며 "협력사와 협의해 부당 결제 부분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룰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서비스 제공 과정에 공인인증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어 보안은 FDS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른데 최근 카카오뱅크에서는 1분 간격으로 98회에 걸쳐 총 20만원이 빠져나가는 무단인출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등을 구입할 때 고객들이 연속으로 구입하는 사례가 있어 소액 결제에 대한 룰을 적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윤호영 공동대표는 "결제는 카드번호와 카드 뒷면의 CVC번호를 입력해야해 보안의 영역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반복된 이상결제를 빠르게 찾아내 막았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가 추진중인 신용카드 사업에 대해서도 이 같은 우려는 이어졌다. 상대적으로 고액이 결제되는 만큼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 공동대표는 "체크카드는 결제 즉시 돈이 빠져나가고 신용카드는 한 달 뒤에 돈이 빠져나가는 후불 개념이기 때문에 리스크는 더 낮다"며 "무단인출도 체크카드기 때문에 바로 복구를 했어야 하는 데 그 부분에서 주의깊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은행업을 인가받을 때 은행과 동일하거나 더 강한 보안을 신경썼다"며 "또 일반은행과 달리 공인인증서를 없애면서 보안 사고가 발생햇을 때 스스로 책임 진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는 만큼 우려하실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70%에 이르던 비활성 계좌, 소위 깡통계좌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깡통계좌는 잔고가 0원인 계좌를 말한다.

윤 공동대표는 "카카오뱅크에서 깡통계좌가 많이 발생했던 것은 돈을 입·출금할 수 있는 체크카드 배송이 지연되면서 벌어진 현상"이라며 "체크카드 배송 지연이 해결되면서 지금은 시중은행(30%)과 비슷한 40%수준까지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간담회에서는 내년 1분기 출시 예정인 '전·월세 보증금 대출'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카카오뱅크는 주주사인 서울보증보험의 보증을 받아 젊은 중서민층을 대상으로 전·월세 보증금에 대한 대출을 모바일로 출시할 예정이다.

윤호영 공동대표는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발표 등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대신 젊은 중서민층에 맞춰 전월세 보증금대출 상품을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월세 보증금대출을 받아본 사람은 알겠지만 계약관계 등으로 인해 가장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대출"이라며 "모바일에서 이 상품을 구현할 수 있게 되면 기존 은행들이 취급하는 대출은 다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금리는 시중금리에 맞춰 고객에게 적용할 예정이다.

윤 공동대표는 "금리를 너무 낮게 가져가면 은행 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시중금리의 변동 추이에 맞춰 적절한 타이밍에 맞춰 고객을 생각해서 반영하는 것의 카카오뱅크의 의무"라고 말했다.

국회 등의 반대로 은산분리 완화 정책이 미뤄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밝혔다.

윤 공동대표는 "은산분리 완화가 빨리 이뤄져야할 필요는 있지만 이뤄지지 않아도 카카오뱅크가 어려워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

그는 이어 "다만 카카오뱅크가 100일만에 고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게 된 것은 혁신과 애플리케이션의 완결성을 사랑해 주신 덕"이라며 "은산분리가 늦어질 경우 이 같은 혁신도 상당히 늦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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