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경제 박시형 기자] 최근 5년간 보이스피싱과 관련한 금융사기에 대해 소비자들이 금융사를 대상으로 소송했지만 면책조항 때문에 100% 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확정판결이 난 전자금융사고 45건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 444명이 제기한 45건의 소송에서 원소가 모두 패소했다.

이 사건 중에는 피해자 92명이 집단 소송을 냈거나 피해자 1명이 1억600만원의 피해를 당한 사건도 있다. 피해액은 총 88억7900만원 이었다.

정부는 지난 2013년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하면서 보이스피싱이나 파밍 등 전자 금융사기 피해에 대한 배상 책임을 금융사에 물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소송에서는 시행령 면책 조항 때문에 금융소비자가 모두 패소했다.

시행령에서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나 보안카드 번호 등 접근매체를 누설·노출·방지하는 경우를 고의나 중과실로 간주해, 소비자가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EU나 미국 등 해외에서는 접근 매체가 분실·도난·부당 이용된 경우에도 이용자가 일정기간 내 통보하면 피해부담을 면제해주거나 상한선을 두고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 의원은 "금융소비자 보호 등을 위해 금융사의 배상책임이 강화돼야 한다"며 "금융사 배상책임 확대가 국정과제에 포함된 만큼 소비자 피해금액 상한이나 피해분담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정보를 빼내 공인인증서를 재발급 받아 범죄에 이용해도 금융기관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소비자 불편을 가중시키면서도 금융사의 면책에만 도움을 주고 있는 공인인증서를 폐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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