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교육 등 복지예산 대거 증액…SOC 20% 감축·문화·체육·관광도 예산 삭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브리핑실에서 2018년도 예산안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미래경제 김하은 기자]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내년 예산이 429조원으로 책정된 가운데, 여야가 상반된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어 심사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이번 정부의 예산안에서 가장 눈여겨볼만한 점은 복지예산을 대폭 늘렸다는 점이다. 복지·일자리 등 사람에 대한 투자는 대폭 늘리고 사회간접자본(SOC) 등 물적 투자는 축소했다.

○ SOC, 예산 대폭 삭감 우려…기금운용계획 변경 가능성도

실제 지난 29일 정부가 발표한 2018년 예산안에 따르면 보건·복지·노동분야에 146조2000억원을 책정, 올해 129조5000억원보다 12.9% 증가한 수치다.

특히 일자리 예산의 증가 폭이 눈에 띈다. 총 19조2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2.4% 증가했다.

정부는 중앙직 공무원 1만5000명을 충원하고 기간제의 무기계약직 전환, 청소·경비·시설관리 용역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는 등 공공 일자리를 확충한다.

교육 분야 예산도 올해보다 크게 늘 전망이다. 정부는 전년보다 11.7% 늘어난 64조1000억원을 배정했다. 이 역시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연평균 증가율인 7.0%를 크게 웃돌았다.

아울러 어린이집 누리과정 전액 국고지원, 반값 등록금 수혜 대상 확대, 해외유학 및 연수 기회를 확대 등에도 예산을 집중 투입했다.

청년 취업지원 2018년 예산안.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지방교부세가 12.9% 증가하면서 일반·지방행정 예산도 69조6000억원 배정돼 10.0% 늘었다. 이외에 ▲국방(43조1000억원) 6.9%, ▲외교·통일(4조8000억원) 5.2%, ▲공공질서·안전(18조9000억원) 분야에 4.2% 증액됐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보건·복지·노동은 집행률이 저조한 사업 위주로, 국방은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사업 위주로 구조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SOC와 문화·관광산업 분야는 대폭 삭감됐다.

정부가 배정한 내년 SOC 예산은 17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0.0% 대규모 삭감됐다. 금액으로 따지면 4조4000억원에 달한다. SOC 분야는 정부 예산안 기준으로 작년과 재작년에도 각각 8.2%, 6.0% 삭감된 바 있어 꾸준히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SOC 예산의 대규모 삭감 우려에 대해 "SOC는 지역 일자리와 상관관계가 있어 필요하다면 예산편성 뒤에도 SOC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할 수도 있다"고 일축했다.

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분야도 나란히 전년보다 8.2% 감소한 6조3000억원을 배정했다. 이밖에 ▲환경(6조8000억원), ▲산업·중소기업·에너지(15조9000억원) 분야도 각각 2.0%, 0.7% 줄어 감축 기조로 전환했다.

이 밖에 연구개발(R&D) 분야는 0.9% 증가한 19조6000억원, 농림·수산·식품 분야는 0.1% 증가한 19조6000억원이 각각 배정돼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 문화·체육-선순환 생태계 구축…외교·통일-매년 예산 2.3%씩 증액

한편 정부는 이날 중장기 분야별 재정운용 전략을 담은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보건·복지·고용분야는 연평균 9.8%씩 올려 2021년에는 188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교육 분야도 5년간 연평균 7.0% 재원 배분을 높여 2021년에는 75조3000억원에 도달한다.

일반·지방행정 분야는 연평균 증가율이 6.5%로 예상된다. 지방재정 자립을 위한 강력한 재정 분권을 추진해 2021년에는 81조3000억원이 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잇따르고 있어 국방 분야는 연평균 5.8% 늘렸다. 2021년에는 50조4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는 킬 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등으로 북한의 비대칭 위협에 대한 태세를 확립하고, 장병 복무여건 개선, 국방 R&D 연구역량 강화를 도모할 방침이다.

국토부 예산 및 SOC 투자추이.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SOC는 그동안 투자가 축적된 점을 고려해 연평균 감소율이 7.5%로 커졌다. 2021년 16조2000억원으로 전망된다. 환경 분야는 미세먼지 배출량 30% 삭감을 목표로 투자를 집중한다.

문화·체육·관광분야의 경우 연평균 1.0%가 감소할 예정이지만, 블랙리스트 관련 예산을 복원하고 영세 콘텐츠 기업을 지원하는 등 선순환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R&D 분야는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핵심기술 확보와 창의적 연구 환경 조성에 힘을 쏟는다. 특히 국민 생활에 밀접한 기후 온난화, 미세먼지, 치매 등을 위한 R&D에 재원을 투입해 연평균 0.7%씩 증가한다.

농림·수산·식품 분야도 매년 0.5%씩 예산이 줄어들 전망이다. 외교·통일 분야는 재외국민 안전 강화, 실질적 통일 강화를 위해 매년 예산을 2.3% 더 집행한다.

정부는 또한 법질서 유지와 사회적 약자·범죄피해자 보호 강화를 목적으로 공공질서·안전 분야에도 매년 1.9%씩 예산을 더 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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