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미래경제 박시형 기자] 국내 시중은행들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의 영업점 입점을 두고 '눈치작전'에 돌입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최근 영업점·환전소 (BE1~3)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입찰 참가 신청은 다음달 23일까지로 사업제안서와 가격 등을 토대로 우선협상자를 선정하게 된다.

사업자로 선정되면 오는 2023년 12월 31일까지 약 6년간 영업점을 운영하게 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천공항 영업점은 출입국의 관문에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을 띄기 때문에 중요한 점포"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난 2014년 인천공항 영업점 입찰 당시 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은 572억원, 우리은행 301억원, 신한은행 236억원을 써냈다.

하지만 이번 제2터미널 입찰에서는 경쟁 열기를 찾을 수가 없다.

공항 영업점이 임대료 등으로 인해 손실나는데다 국민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세 은행은 제1터미널에 이미 입점한 상황이라 굳이 제2터미널까지 입점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에 따르면 KEB하나은행 인천국제공항지점은 지난해 33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임대료로 637억원을 지급했다. 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29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301억원의 임대료를 냈다.

국내 시중은행들이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의 영업점 입점을 두고 '눈치작전'에 돌입했다. /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앞 환전소. (사진=뉴스1)

그런데 제2터미널은 이제 문을 열었기 때문에 사업성이 확인되지 않아 수백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무턱대고 써내기는 어렵다.

최근 환전을 할 수 있는 창구가 많아진 것도 입점을 머뭇거리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모바일을 통해 환전 수수료를 할인해주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원하는 시간과 지점을 지정해 환전금액을 찾으러 갈 수 있다. 모바일에서 환전을 하지 못했더라도 공항철도 종착역인 서울역 지점들에서 환전을 할 수 있다. 

인천공항 지점은 사실상 마지막 환전 창구라 외국인 정도만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입찰을 검토중이긴 하지만 내부적으로도 꼭 사업을 따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업장 선정을 위한 최소 입찰금액도 제1터미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눈치보기가 입찰 금액을 낮추기 위한 연막작전이라는 점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제2터미널은 제1터미널에 비해 영업점이 1곳 적어 입찰한 4개 시중은행 중 한 곳은 반드시 탈락하게 된다. 눈치를 살피다 예상치 못한 금액을 써내야 하는데 경쟁이 과열되면 비용이 훨씬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제1터미널에 영업점이 없는 국민은행은 제2터미널 영업점을 포기할 수 없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영업점이 없는 국민은행 정도만 참여 여부가 드러나있는 상황"이라며 "시간이 지나면서 경쟁자가 붙겠지만 지금은 흥행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NH농협은행과 IBK기업은행은 인천공항 제2터미널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저작권자 © 미래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시형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