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끼와 능력으로 영화감독부터 해군 장교까지

▲ (왼쪽부터)박서원 빅앤트인터내셔널 대표, 이성한 감독,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사진=뉴시스)

최근 SK 최태원 회장의 둘째 딸 민정씨가 해군 117기 해군 사관후보생(함정승선 장교)으로 최종 합격하면서 관심을 모은 가운데 남다들 행보를 보이는 재벌 3세들이 주목받고 있다. 재벌 3세라면 ‘아버지 회사’에서 경영수업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이들은 자신만의 길을 가고 있다.

SK그룹에 따르면 민정씨는 지난 4월 117기 해군 사관후보생(함정승선 장교)에 지원해 필기시험에 합격한 뒤 지난 7월 면접 및 신체검사를 마치고 지난달 29일 최종 합격했다. 이달 해군사관학교 장교 교육대로 입영해 10주간 군사훈련과 교육을 마친 뒤 올 12월 해군소위로 임관할 예정이다.

민정씨는 중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마쳤으며 베이징대학 재학 대학 시절 장학금이나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했을 정도로 자립심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고등학교 재학 때 중국인 학우들과 한·중 문화교류 동아리를 만들고 대학생 땐 비정부기구(NGO)를 설립하는 등 열성적인 성격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해군 장교 지원을 스스로 결심한 뒤 가족들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머니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처음에 민정씨의 해군 장교 지원을 반대했지만 끝내 뜻을 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빅앤트인터내셔널 대표는 국내외 광고계에서 인정받는 실력자다.

박 대표는 세계 광고인들의 등용문인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 출신으로 2006년 독립광고회사인 빅앤트를 설립했다. 두산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오리콤이 있지만 홀로서기를 한 것이다.

최근에는 미혼모를 방지하기 위한 사회공헌사업으로 콘돔 사업에 뛰어들어 화제가 됐다. ‘바른생각’이라는 브랜드로 지난 6월 출시된 콘돔은 전국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영화 ‘스페어’(2008년), ‘바람’(2009년), ‘히트’(2011년)로 이름을 알린 이성한 감독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막내아들(삼남)이다.

첫 작품인 ‘스페어’는 액션영화로 대역·와이어·컴퓨터그래픽(CG)을 전혀 쓰지 않고 촬영해 주목을 받았고 성장기 영화 ‘바람’은 평단의 호평을 받아 2010년 대종상 신인감독상 후보에 올랐다.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이기도 한 이 감독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부영그룹 계열사 자금을 지원받아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손자로 LS가의 장손인 구본웅 포메이션8 대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벤처투자회사 포메이션8이 지난해 1250만 달러를 투자한 가상현실(VR) 기기업체 오큘러스VR가 3월 페이스북에 매각되면서 투자액의 10배에 달하는 1억3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한국에서 고등학교와 군 복무를 마친 구 대표는 2002년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퍼드대 경제학과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이후 실리콘밸리 벤처업계에서 경험을 쌓고서 2012년 포메이션8을 창업해 운영 중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딸인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지난달 일본 오키나와 여행을 소재로 쓴 동화책 ‘지니의 콩닥콩닥 세계여행’을 펴내며 작가로 데뷔했다.

광고회사에서도 근무했던 조 전무는 직접 번지점프를 하며 대한한공 TV 광고에 출연했으며 풍부한 아이디어로 ‘내가 사랑한 유럽’ ‘어디까지 가봤니’ 같은 대한항공 광고 캠페인을 주도하기도 했다.

밴드 출신도 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둘째아들인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은 대학 시절 가수 신해철 등과 함께 ‘무한궤도’를 결성해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조 전 부사장은 당시 키보드를 맡았다. 밴드 활동을 중단한 뒤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을 거쳐 미국 변호사로 활동하다 1999년 효성 경영에 참여했으나 가족과의 불화 끝에 최근 회사를 떠나게 됐다.

김대희 기자

저작권자 © 미래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대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