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은행 대출 잔액 1006조원 ‘사상 최대’…소상공인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 첫 1조원 넘어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지속된 경기 부진과 고금리 등으로 버티지 못해 파산 신청을 하는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 서울 서초구의 한 법률사무소에 파산 등 법률 상담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지속된 경기 부진과 고금리 등으로 버티지 못해 파산 신청을 하는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 서울 서초구의 한 법률사무소에 파산 등 법률 상담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한국 경제의 허리를 맡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경영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중소기업 파산 신청이 40% 넘게 증가하고 소상공인들도 공제 제도인 ‘노란우산’을 통해 폐업 사유로 받은 공제금이 20% 이상 불어났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국 법원에서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288건으로 지난해 같은기간(205건)과 비교해 40.5% 급증했다. 무엇보다 파산 신청을 하는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이었다.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2021년 955건에서 2022년 1004건으로 소폭 느는데 그쳤다가 지난해에는 1657건으로 뛰어올랐다. 이에 지난해 신청 건수는 10년 전의 3.6배에 이르렀다.

이 같은 이유는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고금리와 고물가 등 복합 경제위기까지 직격탄을 맞으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회복이 늦어져 경영악화가 지속되면서 파산을 신청하는 사례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지난 1월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예금은행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평균 5.28%로 2022년 10월부터 16개월 연속으로 5%선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에 중고 주방 기구들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에 중고 주방 기구들이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2021년 1월 2.9%에서 2022년 1월 3.52%로 오른 데 이어 지난해 1월 5.67%로 급격히 올랐고 1월에도 5%대를 유지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대출 잔액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 달 말 1006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11월 말(1003조8000억원)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가장 큰 문제는 고금리와 고물가가 여전히 이어지면서 파산을 신청하는 중소기업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폐업 사유로 공제금을 받는 소상공인도 늘고 있어 부실 징후가 곳곳에서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폐업 사유의 노란우산 공제금 지급액은 전년 같은기간보다 33.0% 늘어난 1조182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이 금액이 1조원 선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란우산은 소기업·소상공인의 생활 안정과 노후 보장을 위한 제도로 폐업 사유 공제금 지급 규모가 커진 것은 그만큼 소기업·소상공인이 한계 상황에 몰리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지난해 1∼11월 폐업 공제금 지급건수도 10만3000건으로 처음 10만건을 넘어섰다.

대출 전단지가 놓인 명동 빈 상점의 문이 닫혀있다. [사진=연합뉴스] ⓜ
대출 전단지가 놓인 명동 빈 상점의 문이 닫혀있다. [사진=연합뉴스] ⓜ

은행 빚을 갚지 못해 지역신용보증재단(지역신보)이 소상공인 대신 갚아준 은행 대출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1∼11월 지역신보의 대위변제액은 1조5521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253.2% 치솟았다. 대위변제액은 2020년 4420억원에서 2021년 4303억원, 2022년 5076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급증했다.

특히 소상공인이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는 사고액 규모는 더 컸다. 지난해 1∼11월 사고액은 2조1133억원으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176.1% 폭증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52조6000억원 규모다. 대출 연체율은 2022년 말 0.69%에서 지난해 3분기 말 1.24%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금융 부실이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며 상환 능력 실태를 파악해 이에 걸맞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저작권자 © 미래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대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