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종 업계 전직 약정서 작성에도 마이크론 이직 
'AI 핵심' HBM 기술 경쟁 치열

SK하이닉스 HBM3E 제품. [사진=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HBM3E 제품. [사진=SK하이닉스] ⓜ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SK하이닉스에서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개발하던 전 연구원이 경쟁업체인 마이크론으로 이직해 논란이 되고 있다. 

글로벌 IT 업계 전반으로 AI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AI 기술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꼽히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초기 시장을 선점했던 SK하이닉스였던 만큼 해당 연구원의 이직으로 차세대 메모리 기술이 흘러갈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에서 D램과 HBM 설계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A씨는 2022년 7월 SK하이닉스를 퇴사하고 이후 미국 마이크론에 임원급으로 이직했다.

A씨는 SK하이닉스 퇴직 무렵 마이크론을 비롯한 경쟁업체에 2년간 취업하거나 용역·자문·고문 계약 등을 맺지 않는다는 내용의 약정서도 작성한 상태였다.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재판장 김상훈)는 지난달 말 SK하이닉스가 A씨를 상대로 낸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고, 위반 시 1일당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현재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가운데 A씨가 SK하이닉스에서 근무하며 얻은 정보가 경쟁사인 마이크론으로 흘러갈 경우 SK하이닉스의 경쟁력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업계에서는 A씨의 전직금지 약정이 5개월 정도로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이 같은 가처분이 받아들여진 것은 반도체 기술, 특히 HBM 기술의 중요성을 인지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으로 꼽히는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성능 메모리로, AI 시장 확대로 폭발적인 성장세가 예상된다.

현재 차세대 HBM은 엔비디아에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SK하이닉스가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최근 마이크론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보다 앞서 5세대 HBM3E 양산 소식을 가장 먼저 내놓고, 삼성전자가 마이크론 발표 직후 업계 최초로 12단 36기가바이트(GB) HBM3E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히는 등 차세대 개발·양산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재판부가 결정문에서 "채무자(A씨)가 지득한 정보가 유출될 경우 마이크론은 동종 분야에서 채권자와 동등한 사업능력을 갖추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상당 기간 단축할 수 있는 반면 채권자(SK하이닉스)는 그에 관한 경쟁력을 상당 부분 훼손당할 것으로 보이는 점, 정보가 유출될 경우 원상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한 점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A씨가 임원으로 이직한 마이크론은 글로벌 3위 메모리 제조사로, 그동안 HBM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했으나 지난해 10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HBM 시장 진출을 선언하고 반격에 나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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