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둔화 본격화…배터리 3사 4분기 실적 꺾여
中업체에 밀려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하락

한국 배터리. [PG=연합뉴스] ⓜ
한국 배터리. [PG=연합뉴스] ⓜ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전기차 전환에 속도가 붙으면서 제2의 반도체로 주목받아온 'K-배터리' 업체들이 올해 본격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둔화세에 이어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 등 녹록치 않은 경영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0일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4분기에 매출 8조14억원, 영업이익 338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3%, 전 분기 대비 2.7% 감소했다. 또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로는 42.5% 늘었지만 전 분기 대비로는 53.7% 줄었다. 

전기차 수요가 부진한 데, 니켈과 리튬 등 주요 메탈 가격도 하락해 배터리 평균 판매단가도 내려가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다른 업체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삼성SDI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479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 전망치(5248억 원) 대비 8.6% 하락했다. 

유진투자증권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문 자회사인 SK온이 4분기에 187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3분기 861억원 수준이었던 영업손실이 다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수익성 악화에 이어 중국 업체들의 거센 도전도 넘어야 할 산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선두를 지켜온 LG에너지솔루션이 11월 까지 누적 기준으로 중국 CATL에 시장 점유율을 따라 잡히며 동률을 이뤘다.

SK온은 13.7% 증가한 30.7GWh, 삼성SDI는 39.8% 증가한 28.1GWh로 나란히 4위와 5위를 기록했다. 한때 세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던 모습과는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국내 3사의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5.4%포인트 하락한 48.5%를 기록했다.

중국 업체들은 비중국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CATL은 86.5% 증가한 78.4GWh로 LG엔솔과 공동 1위에 올랐다. BYD는 전년 동기 대비 448.7% 증가한 5.3GWh로 6위를 기록했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을 앞세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워 글로벌 완성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LFP 배터리는 가격은 싸지만, 에너지 밀도가 높지 않아 주행 거리가 짧은 게 단점이라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10분 충전에 최대 400㎞를 갈 수 있는 급속 충전 LFP 배터리가 나오고 테슬라, 폭스바겐, 벤츠, 볼보 등이 LFP 채택을 공식화하면서 배터리 업체도 관심을 갖게 됐다. 기술이 점점 발전하고 전기차 가격을 낮추려는 자동차 업체가 늘면서 LFP 배터리 수요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도 부랴부랴 LFP배터리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양산까지는 제법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LG엔솔과 삼성SDI는 2026년 양산 목표를 밝혔으며, SK온도 LFP배터리를 공개 하며 빼앗긴 점유율 탈환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대규모 계약 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영향은 주가에서도 드러난다. 2022년 1월 상장 이후 줄곧 지켜오던 코스피 시가 총액 2위 자리를 지켰던 LG엔솔은 올초 SK하이닉스 2위자리를 다시 내줬다. 

지난해 7월 62만원까지 올라갔던 주가는 16일 종가 40만500원으로 고점 대비 35.4% 하락했다. 증권업계에서도 잇달아 목표 주가를 낮추며 화된 시장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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