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빚, GDP 대비 125.6%로 ‘역대 최고’
1년 내 갚아야 할 부채만 900조 육박해
비은행권 상업용 부동산 대출 1년 만에 연체율 1.8배 급등

기업대출. [CG=연합뉴스] ⓜ
기업대출. [CG=연합뉴스] ⓜ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국내 기업들이 고금리와 고물가 등 어려운 경제상황에 돈을 벌어서 이자도 못 내는 상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기업 부채가 역대 최고 수준을 보였다. 민간 부문 빚이 증가하는 가운데 부동산시장도 침체되면서 부동산 부문을 중심으로 부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현재 GDP 대비 기업신용 비율은 125.6%로 2분기(124.0%)보다 1.6%포인트 상승했다. 기업신용 비율은 지난해 1분기 123%를 기록하면서 외환위기 때인 1999년 1분기 121.3%를 넘어선 뒤 지난해 3분기까지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하고 있다.

기업대출 중 만기가 1년 이내에 돌아오는 단기대출 규모는 897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900조원에 가까운 대규모 금액의 상환이 다가오고 있지만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이자보상배율 1 미만 취약 기업 비중은 작년 상반기 기준 44.8%로 작년 37.0%에서 크게 증가했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비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손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잔액 규모는 525조원으로 지난해 2분기 말 515조원과 비교해 10조원 늘어났다.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2017년 281조원에 비하면 두 배 수준이며 가장 큰 문제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부진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대출 연체율이 2금융권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연체율은 작년 말 2.4%에서 3분기 말 4.4%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은행권 연체율은 0.1%에서 0.2%로 상승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한 금융기관의 손실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은행과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부동산PF 대출잔액은 지난해 2분기 말 133조100억원에서 3분기 말 134조3000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연체율도 2.4%로 높아졌다.

부동산 부문의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비은행 부문의 종합적인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상호금융은 올해 상반기 분기당 125조원 규모의 예금 만기가 돌아온다. 이는 최근 3년 상반기 분기평균에 비해 44.2% 증가한 것으로 은행 만기도래 규모(251조원)의 절반에 달한다.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비은행에서 34조4000억원까지 늘었다. 손실을 대비해 쌓아 놓은 대손충당금 24조5000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채무상환 부담과 관련한 신용 리스크(위험)가 커지면서 금융시스템의 단기적 안정 상황을 반영하는 금융불안지수(FSI)는 11월 기준 19.3으로 2분기 17.1보다 상승했다.

가계대출도 부동산 부문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한은이 자금 용도에 따라 신규 취급 가계대출(국내은행 기준)을 분류한 결과 지난해 1~3월 41.3%였던 주택구입 용도 비중이 4∼10월 46.9%로 증가했다. 고소득 차주의 대출 비중은 2~3분기 평균 61.6%로 1분기 55.7%보다 5.9%포인트 올라갔다.

취약차주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저소득, 저신용이면서 3개 이상 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재작년 말 7.20%에서 지난해 3분기 말 8.86%로 높아졌다. 2분기 기준 취약차주의 이자부담 비율은 20.7%로 비취약차주(11.8%)에 비해 두 배가량 높았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지난해 3분기 말 1052조6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8% 늘었다. 취약 차주 비중이 12.4%로 작년 말 11.0%보다 1.4%포인트 높아졌고 같은 기간 연체율도 0.69%에서 1.24%로 뛰어올랐다.

저작권자 © 미래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대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