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협회 3분기 34개국 통계 보고서…기업부채 비율 3위 차지

우리나라 기업들이 경기침체와 고금리 속에 휘청이고 있다. / 경기침체. [CG=연합뉴스] ⓜ
우리나라 기업들이 경기침체와 고금리 속에 휘청이고 있다. / 경기침체. [CG=연합뉴스] ⓜ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우리나라 기업들이 경기침체와 고금리 속에 휘청이고 있다.

기업의 빚(부채)과 부도 증가율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빠른 수준을 보이며 소상공인·자영업자를 비롯한 적지 않은 기업들이 대출로 위기를 막기에 더 이상 버티기 힘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가계부채의 경우 여전히 경제 규모에 비해 세계에서 가장 많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2분기보다는 다소 낮아졌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Global Debt)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세계 34개 나라(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의 GDP 대비 비(非)금융 기업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126.1%)은 세 번째를 차지했다.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홍콩(267.9%)과 중국(166.9%) 2개국 뿐이었다.

우리나라 GDP 대비 기업 부채 비율은 2분기(120.9%)보다 5.2%포인트(p)나 올라 3개월 만에 싱가포르를 넘어서 3위로 한 단계 상승했다. 이 증가 폭은 말레이시아(28.6%p·58.3→86.9%)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작년 3분기(120.4%)와 비교해도 5.7%p 더 높아졌는데 1년 사이 증가 속도 역시 러시아(13.4%p·68.2→81.6%)와 중국(8.6%p·158.3→166.9%) 다음으로 세 번째였다.

세계적 긴축 기조에도 지난 1년간 기업 부채 비율이 거꾸로 높아진 나라는 이들 세 나라와 사우디아라비아(+5.5%p), 인도(+2.6%p), 베트남(+2.5%p), 케냐(+1.2%p), 남아프리카공화국(+0.3%p), 이집트(+0.1%p)까지 모두 9개국이었다.

이 중에서도 3위라는 점은 그만큼 우리나라 기업부채 증가 속도가 고금리 환경 등을 고려할 때 다른 나라보다 매우 빠르다는 의미다.

더구나 IIF는 한국을 포함해 주요 17개국의 기업 부도 증가율(올해 들어 10월까지·작년 동기 대비)도 비교했는데 우리나라는 약 40%로 네덜란드(약 60%)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한국 부채. [PG=연합뉴스] ⓜ
한국 부채. [PG=연합뉴스] ⓜ

비교 조사 대상 국가는 한국·미국·영국·프랑스·독일·네덜란드·핀란드·벨기에·스페인·스웨덴·덴마크·튀르키예·캐나다·일본·오스트레일리아·싱가포르·남아프리카공화국이었다.

IIF는 보고서를 통해 유럽 등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은행이 민간 부문 대출을 줄이면서 신용 등급이 낮은 회사들 사이에서 취약성 증가의 징후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며 이런 경향은 기업 부도 건수 증가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계부채의 경우 우리나라의 GDP 대비 비율이 3분기 기준 100.2%로 34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이래 거의 4년째 불명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가계 부채가 전체 경제 규모(GDP)를 웃도는 나라였다.

한은은 최근 연구 보고서에서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이 80%를 상회할 경우 중장기뿐 아니라 단기 성장률도 떨어진다고 경고 한 바 있다.

다만 한국 가계부채 비율은 2분기(101.7%)와 작년 3분기(104.8%)보다 각각 1.5%p, 4.6%p 낮아졌다. 지난 3분기 금융권 가계대출이 다시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경제 규모(GDP) 성장 등의 영향으로 추측된다.

한국 정부 부문 부채의 GDP 대비 비율(48.9%)은 22위로 중하위권 수준이었다.

경제 규모와 비교해 정부 부채가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239.9%)이었고 싱가포르(170.8%)·미국(117.6%)·홍콩(103.4%)이 뒤를 이었다.

반면 우리나라 정부 부채의 증가 속도는 세계적으로도 빠른 편이었다.

1년 전인 작년 3분기(44.2%)와 비교해 증가 폭(4.7%p)이 홍콩(23.3%p·80.1→103.4%), 아르헨티나(8.1%p·74.0→82.1%), 중국(7.1%p·75.9→83.0%)에 이어 네 번째로 컸다.

여기에 한국 민간(가계+기업) 부문의 신용(빚) 규모는 4분기에도 계속 커질 전망이다.

지난 10월 가계대출은 은행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9월 말보다 6조8000억원 급증했고 2금융권을 포함한 금융권 전체에서도 6조3000억원 불어났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사진=연합뉴스] ⓜ
주택담보대출 금리. [사진=연합뉴스] ⓜ

11월 들어서도 가계와 기업 대출 증가세는 이어지고 있다. 이달 16일 현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총 689조5581억원으로 10월 말(686조119억원)과 비교해 약 보름 만에 3조5462억원이나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이 3조4175억원(521조2264억원→524조6439억원) 늘었을 뿐 아니라 신용대출까지 3106억원(107조9424억원→108조2531억원) 늘어났다.

가계가 아닌 기업(대기업+소상공인 포함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현재 766조3856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 역시 지난달 말보다 2조696억원 더 증가했다.

작년 말(703조7268억원)과 비교하면 올해 들어서만 5대 은행의 기업 대출은 62조6587억원 급증했다.

특히 문제는 기업 대출의 경우 연체율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기업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현재 국내 은행의 기업대출자는 350만명, 이들의 대출잔액은 1262조원으로 모두 역대 최대 기록을 나타냈다.

기업대출자의 연체 대출채권(1개월이상 연체 원리금 기준) 잔액은 4조7000억원으로 2019년 3분기(5조1000억원) 이후 가장 많았고 연체율도 0.37%로 2021년 1분기(0.37%)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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