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채안펀드 증액 카드 검토…증권사·여전사 등 리스크 확대 우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태영건설의 성수동 개발사업 부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태영건설의 성수동 개발사업 부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고금리에 부동산시장 침체 등 건설업권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이 금융시장 최대 뇌관으로 주목받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를 불러일으킬 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기에 금융권 자금 조달 여건마저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유동성 위기에 취약한 2금융권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당일 정부가 빠르게 대책 발표로 대응하고 연휴를 앞둔 시기 등으로 시장 충격은 제한적으로 나타났지만 시차를 두고 리스크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정부는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규모를 20조원에서 30조원까지 늘리는 방안 등을 검토하며 시장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일 열린 ‘F4(Finance) 회의’에서도 이같은 방안이 비중있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가뜩이나 어려운 부동산 PF 시장에 기름을 부우며 시장 불안감을 더욱 키우면서 금융권은 사태 추이에 주목하고 있다.

태영건설 관련 익스포저 자체는 충분히 감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사태 파장 추이에 따라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건전성 하락 우려 및 자금 조달 부담은 증폭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증권업의 태영건설 관련 직접 익스포저는 2183억원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작년 9월 말 기준 신용보강(연대보증 개념) 5647억원, 책임준공(준공 의무) 3474억원이 추가 익스포저로 집계된다. 캐피탈의 경우 직접 익스포저는 없지만 신용보강 3174억원, 책임준공 3522억원이 익스포저로 파악된다.

이에 각 업권의 자본 규모에 비해 크지 않은 부담 수준이라는 것이 정부와 금융권의 인식이다.

문제는 이번 워크아웃 신청을 계기로 전반적으로 부동산 PF 시장 분위기가 더욱 악화하면서 리스크가 번질 가능성이다.

은행이나 보험사가 PF 사업에 주로 선순위로 투자한 반면 증권사, 캐피탈사, 저축은행 등은 후순위로 투자한 경우가 많고 지방·상업용 시설 등 고위험 사업장 비중이 높다. 특히 제2금융권은 공사 시작 전 사업 초기대출을 뜻하는 브릿지론 비율이 높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PF 대출에서 브릿지론 비율은 저축은행이 58%로 가장 높았고 캐피탈(39%), 증권사(33%) 등 순이었다.

금융권에서는 브릿지론 단계의 사업장부터 정리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브릿지론에 들어가 있는 일부 캐피탈사와 증권사, 저축은행 등은 부실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2금융권 건전성 저하 및 이에 대한 신용 경계감 등으로 단기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부동산 PF의 주된 자금 조달 수단인 PF-ABCP(자산유동화어음), 기업어음(CP), 여전채 등의 차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증권사가 신용공여를 한 PF-ABCP 등 PF 채무보증 규모는 작년 3분기 기준 21조7000억원이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PF-ABCP 규모는 20조3000억원인데 이 중 16조7000억원(82%)이 1분기에 만기가 찾아온다.

특히 우량물(A1)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A2 이하 PF-ABCP 3조3000억원어치에는 경계심이 커질 수 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 여파는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의 조달 부담 가중으로도 번질 수 있는데 카드사보다 신용등급이 대체로 낮은 캐피털사의 발행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정부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직후 시장 안정 조치에 적극 나서며 시장 불안을 적극 차단하고 나섰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은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서울 모처에서 ‘F4 회의’로 불리는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다양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부가 유동성 지원 수단의 대표 격인 채안펀드 한도 증액까지 내놓을지 주목된다. 금융당국은 시장 상황에 따라 채안펀드 최대 운용 규모를 현재 20조원에서 30조원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안펀드는 은행과 증권, 보험 등 금융권이 공동 출자해 우량 금융채와 회사채 등에 투자해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현재 83개 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채안펀드는 채권시장 경색으로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과도한 스프레드를 해소하는 안전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밖에 금융당국은 건설사 발행 회사채·CP 매입과 건설사 보증 PF-ABCP에 대한 차환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하고 단기자금 성격의 PF-ABCP를 장기 대출로 전환하기 위한 보증 프로그램도 증액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재 85조원 규모의 시장 안정 대책이 향후 100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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