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팀 한우영 차장
산업경제팀 한우영 차장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국내 최대 국적 컨테이너선사인 HMM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이 선정됐다.

업계에서는 '새우가 고래를 삼킨 꼴'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며 일각에서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인 가운데, HMM 내부에서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배경과 하림 측에 인수자금 조달계획을 투명하게 할것을 요구하는 등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HMM 노조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하림그룹의 HMM 인수 목적이 HMM 유보금 때문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HMM을 인수하기만 하면 하림 측은 대규모 인수금융과 팬오션 유상증자를 통해 사실상 '무자본 인수'로 수조원의 유보금까지 거머쥘 수 있다는 것이다.

하림은 6조원가량의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계열사 팬오션의 유상증자를 검토 중이다. 최대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데, 현재 팬오션의 시가총액이 1조9939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주주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 하림은 HMM 인수 후 배당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산은이 하림의 무리한 자금조달계획을 승인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HMM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기준 이익잉여금(사내 유보금)은 10조6585억원에 달한다. 2021년 말 기준 8343억원이었던 유보금은 코로나19로 인한 해운업 호황으로 2년 만에 10조원 가까이 늘었다.

반면 지난 3분기 말 기준 하림지주가 보유한 별도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규모는 662억원에 불과하다. 부족한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하림 측은 양재동 물류센터 부지를 매각하거나 다른 계열사의 현금성 자산을 끌어와야 하는 상황이다.

유보금이 HMM의 해운 경쟁력 강화가 아닌 다른 곳에 쓰일 확률이 높다고 의심하는 의견도 이러한 부분 때문이다. 

하림이 일으킨 대규모 인수금융의 이자로 쓰일 가능성도 크다. 현금 3조~4조원에 대한 인수금융 금리를 8%로 가정했을 때, 1년에 갚아야 할 이자만 2000억~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해운업계가 호황이던 시절을 지나 하향세로 접어들 무렵 다시 매각을 추진한 산업은행은 이미 매각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던 만큼 매각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매각 과정에서도 대형 그룹의 참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찰 없이 하림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것을 두고도 졸속 매각이라는 비판이 여전히 남아있다. 

최근 해운업황이 주춤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진해운 파산 이후 우리나라에 유일한 국적 컨테이너선사인 HMM이 위기에 빠지게 된다면 또다시 국민의 혈세를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매각과정에서 논란이 컸던 만큼 최종 인수까지 그 어떤 때 보다 투명한 검증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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