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수 안된 금액 4년 만에 6배…학자금 대출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지속되는 고금리에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하는 청년들이 4년 만에 7배 늘어나고 이들이 갚지 못한 금액 역시 6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 집 마련, 투자 열풍 등으로 학자금 대출 외에도 여러 군데서 빚을 낸 청년들이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 부담에 짓눌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검토보고서와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 가운데 차주가 못 갚아 회수가 안된 금액은 지난해 274억8900만원으로 집계됐다.

회수 불능 금액은 2018년 47억3000만원에서 지난해까지 매년 증가했다. 1년 전(118억6200만원)과 비교하면 2.3배, 4년 전보다 5.8배 늘어났다.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하는 인원 또한 지난해 4778명으로 1년 전(2218명)의 2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2018년(679명)과 비고하면 7배 늘어난 수준이다.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하는 주요 사유는 개인 회생·파산이었다. 지난해 기준 개인 회생 때문에 상환 면책을 받은 인원은 3454명, 금액으론 178억400만원에 달했다. 회수 불능 금액의 64.8%, 회수 불능 인원의 72.3%가 개인 회생 때문이었다.

파산 면책으로 인한 회수 불능 인원은 954명, 금액은 71억9200만원이었다. 차주의 사망으로 갚지 못하게 된 경우는 370명, 24억7000만원이었다.

학자금 대출 상품별로는 일반상환 학자금 대출(162억5400만원, 2696명·지난해 기준)이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112억3500만원, 2082명)보다 회수 불능 규모나 인원이 많았다.

대학 등록금. [PG=연합뉴스] ⓜ
대학 등록금. [PG=연합뉴스] ⓜ

장학재단 측은 학자금 대출 자체가 커서라기보다는 고금리로 (다른 빚을 갚지 못해) 개인 회생·파산이 늘어나면서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하게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학자금 대출 금리는 2021년부터 시중 금리보다 낮은 1.7%로 묶여 있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그러나 시중 금리가 상승하면서 보유하고 있는 다른 대출의 이자 부담이 높아진 청년들이 학자금 대출까지 갚지 못하게 됐다는 의미다.

대부분 차주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한 후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는데 사회 초년생이어서 소득이 높지 않은 가운데 집값 상승,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상징되는 투자 열풍까지 겹치면서 청년들의 빚 부담이 커졌을 것이란 추정이다.

실제로 시중 금리의 기준이 되는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21년 말 1.0%에서 지난해 말 3.25%까지 상승했다.

국회 예결위는 검토 보고서에서 “학자금 대출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며 “상환 불능 인원과 금액이 늘어나는 것은 사회적 문제로도 귀결될 수 있다”고 대출 관리 강화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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