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점유율 두고 설왕설래…시장 선점 전략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 ⓜ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 ⓜ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12일 주요 기관투자자 및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의 비공개 IR(기업설명회)를 열고, AI(인공지능)향 메모리 시장 전망·DDR5·HBM을 설명하는 테크 세미나를 진행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은 제품이다. D램을 많이 쌓을수록 데이터 저장 용량이 크고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빠르다. 특히 '고성능·고용량 D램'인 HBM은 생성형 AI를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메모리로, 제품 가격도 DDR4와 같은 일반 D램보다 6~7배 이상 비싸다. 이때문에 실적 개선을 위한 핵심 제품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를 의식한 HBM 발언은 삼성전자부터 먼저 나왔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사장(대표이사)은 지난 5일 임직원 소통행사에서 "삼성 HBM 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여전히 50% 이상"이라며 "최근 HBM3 제품이 고객사들로부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50%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시장 관측에 정면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50%), 삼성전자(40%), 미국 마이크론(10%) 순이었다.

올해는 SK하이닉스가 HBM 5세대 제품인 HBM3E를 필두로 점유율 격차를 더 벌리면서 53%를,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점유율이 38%, 9%로 소폭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경 사장 발언 이후 대응에 나선 셈이다. 설명회에서 자사 HBM 판매량, 경쟁력, 손익 전망을 비롯해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가 고객사의 선호를 받는 회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12단 적층 HBM3. HBM3 현존 최고 용량인 24GB(기가바이트)가 구현됐다. [사진=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가 개발한 12단 적층 HBM3. HBM3 현존 최고 용량인 24GB(기가바이트)가 구현됐다. [사진=SK하이닉스] ⓜ

삼성증권이 이번 테크 세미나에서 나온 내용을 질의응답 형태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측은 "당사는 AMD와 오랫동안 HBM을 개발해 왔으며 제품 기획과 개발, 제조 모두 오차 없이 준비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라며 "경쟁사는 개발이나 상품기획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특히 "시장에선 경쟁사(삼성전자)가 메모리와 로직 반도체 공정을 동시에 제공하며 HBM의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고객사는 어느 한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 메모리 사업,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을 모두 영위하는 IDM(종합반도체회사)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사업만 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들이 SK하이닉스를 더 선호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밖에도 판가 우위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1위 수성' 자신감도 내비쳤다.

SK하이닉스는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패키지(Package)를 개발하고 있고 'MR-MUF' 방식의 패키지는 내년에 출시 예정인 HBM3E에서도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는 중요한 배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AI용 GPU(그래픽처리장치)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는 엔비디아에 4세대 HBM인 HBM3를 단독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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