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글로벌 점유율 55%에서 3년새 10%대로 급감
中 CATL 등 저가 공세로 시장 잠식…친환경 발전 맞물려 ESS 고속 성장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발전사 비스트라(Vistra)에 공급한 ESS 배터리 제품 'TR 1300' 랙. [사진=LG에너지솔루션] ⓜ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발전사 비스트라(Vistra)에 공급한 ESS 배터리 제품 'TR 1300'. [사진=LG에너지솔루션] ⓜ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글로절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으로 고속성장을 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마찬가지로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꼽히는 글로벌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선 주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때 글로벌 점유율이 50%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ESS 화재 사건 등 여파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에 밀려났는 분석이다.

30일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업계(LG에너지솔루션·삼성SDI)의 글로벌 ESS 시장 점유율은 2020년 당시 55%로 절반을 넘겼지만 지난해는 14.8%로 줄었다. 2021년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한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의 시장점유율 순위도 지난해는 4위와 5위로 떨어졌다.

국내 업계의 자리는 CATL, BYD, EVE 등 중국 업체가 차지했다. CATL은 지난해 43%의 점유율로 ESS 시장 1위에 올랐고 BYD(11.5%)와 EVE(7.8%)가 각각 2위와 3위로 뒤를 이었다. 중국 업계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앞세워 저가 공세를 펼친 결과다. LFP 배터리는 국내 업계가 주력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등 삼원계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지만 생산 단가가 낮고 안정성이 높다. 

SNE리서치는 "2020년까지만 해도 한국 업체의 ESS 시장 점유율은 50% 이상을 기록했지만 지금은 중국 업체가 내세운 LFP 배터리가 북미 시장에서도 대세가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업체들의 ESS시장 진출이 줄어든 것은 2021년 불거진 ESS화재 사건에 대한 영향이 크다. 당시 국내외에 설치된 ESS 화재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ESS 시장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설치된 ESS 물량은 0.2GWh에 그쳐 2018년 3.8GWh에 비해 2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반면 ESS 시장은 신재생에너지의 확대에 힘입어 전기차보다 더 빠른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태양광·풍력 등 친환경 발전 비중이 높아지면 잉여 전력을 저장하는 ESS의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는 690기가와트시(GWh)로 2021년(392GWh) 대비 76% 성장한 반면 ESS 시장은 같은 기간 44GWh에서 122GWh로 1년 만에 177% 성장했다.

전망도 밝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 기관 블룸버그NEF는 2021년 110억 달러(약 14조 6000억원) 수준이던 글로벌 ESS 시장이 2030년에는 2620억 달러(약 347조 9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업계에서도 다시금 ESS 시장 회복에 대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3조원을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ESS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생산 규모는 16기가와트시(GWh)다. 이 공장은 2026년부터 LG엔솔이 독자 개발한 ESS용 파우치형 LFP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ESS 통합 솔루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 미국의 ESS 시스템 통합(SI) 전문 기업인 NEC에너지솔루션도 인수했다. 세계에서 14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NEC에너지솔루션의 역량을 접목해 ESS 통합 솔루션을 보다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배터리에 집중하던 SK온 역시 ESS 사업에 진출한다. SK온은 분기보고서에서 "미래 성장 동력으로 ESS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미국 지역과 신재생에너지 연계용 ESS에 집중하고 있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차량 충전 사업용, 선박용 ESS 시장도 개척할 것"이라 밝혔다. 또한 ESS 전용 생산 라인을 확보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삼성SDI는 전지 소재, 공법, 시스템 등을 개선한 신제품을 내세워 ESS 시장에 대응한다.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양극재를 활용해 에너지 밀도를 기존보다 15% 높인 ESS 전용 셀을 올해 하반기 중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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