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들, 고운임 힘입어 선박 대량 발주했는데 물동량 감소

부산 강서구 부산항 신항 컨테이너터미널에서 화물을 선적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부산 강서구 부산항 신항 컨테이너터미널에서 화물을 선적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분기 조단위 영업이익을 내던 해운업계가 침체의 늪으로 다시 빠져들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끝없이 치솟아 한때 5000포인트를 훌쩍 넘었던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 지수가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추락하면서 1000포인트선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 13일 발표된 글로벌 해운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6일)보다 29.72포인트 내린 1031.42포인트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1월 최고치인 5109.60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해운업계에서는 한창 운임이 내려가기 시작하던 지난해 2~3분기에도 업계에서는 과거 같은 낮은 운임으로까지 떨어지지는 않고 적정한 수준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중국의 장기간 봉쇄 정책 등에 따른 물동량 급감으로 해운 운임 지수가 예상보다 더 낮아지면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 매년 중국 춘절인 1월 말을 앞두고는 물동량이 급격하게 늘어 운임이 오르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올해엔 춘절 효과도 없을 정도로 하락세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해운 운임이 예상보다 크게 하락하면서 해운사들의 과거 출혈경쟁이 재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호황을 누려 대규모 현금을 확보한 컨테이너 선사들이 신형 선박들을 대거 발주하면서 선복량 확보 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선박이 많은데 물동량이 적으면 운임이 자연스럽게 낮아지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사상 최대 규모의 434만 TEU(1 TEU는 길이 6m 컨테이너), 지난해에는 247만 TEU 규모의 선박이 발주됐다. 이는 최근 10년 간 평균 연간 신조 발주량인 146만 TEU를 대폭 뛰어넘는 수치다.

다만 과거와 같은 치킨게임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의 치킨게임은 목적이 대형 선사들이 중소 선사들을 몰락시키기 위한 차원에 진행됐지만, 이제는 그 과정을 거쳐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갖춘 선사들만 남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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