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팀 한우영 기자
산업경제팀 한우영 기자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시장에서 수년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판매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비용이 지속적으로 들어가면서 자본잠식에 빠지는 등 상황은 악화 일로를 겪고 있지만 포기하지 못하며 계륵 신세에 놓였다.   

최근 발표한 기아의 지난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기아의 중국법인인 위에다기아의 자산·부채 총액은 각각 2조1240억원, 2조2792억원이다. 자본총계(자산-부채)가 마이너스인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작년말에 자본잠식에 빠져 올해 초 수천억 원을 투입했음에도 채 1년을 버티지 못한 셈이다.

중국은 수년 전까지만 해도 현대차·기아의 최대 고객이었다. 2016년 중국 내 판매량은 180만대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체 시장 가운데 가장 큰 곳으로 꼽혔다.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판매 시장에 일찌감치 진출하며 현지 지방정부 등과 돈독한 관계를 맺으며 사세를 키운 게 주효했다.

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도입을 둘러싼 갈등을 비롯해 고급차·전기차 등 상품 라인업 미비 등 여러 복합적인 문제가 작용하면서 판매량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18일 중국승용차연석회의 자료를 보면, 지난달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은 1.7% 수준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3%대였으나 올해 들어선 더 줄었다. 각 회사 기업설명회(IR)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 현지공장의 올해 1~10월 판매량은 20만3815대(도매기준·이하 동일), 기아는 10만7174대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30%가량 줄어든 수치다. 중국은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생산·판매가 원활하지 못했으나 각종 세제혜택, 판촉활동 등으로 올 들어 전체 신차판매 시장은 두 자릿수가량 커졌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중국 사업이 존폐기로에 놓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 내 완성차 생산능력은 254만대 규모로 우리나라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단순히 따져보면 현지 공장 가동률은 현재 10%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이번에 또다시 자금을 투입한다 하더라도 언제 다시 자본잠식에 빠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수년째 중국시장 재공략을 공언하고 나섰지만 실적은 오히려 뒷걸음 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전기차를 투입해 반전을 노리겠다고는 하나 이미 자국 업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드라마틱한 반전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물론 현대차 입장에선 미국과 더불어 세계 최대시장인 중국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하지만 종합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변화를 선언한 상황에서 구시대적 발상으로 얽매이다간 오히려 그룹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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