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플랫폼 심사지침 제정 속도…무료 서비스도 규제 대상

데이터 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서비스 먹통과 관련해 정부의 플랫폼 업체 규제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CG=연합뉴스] ⓜ
데이터 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서비스 먹통과 관련해 정부의 플랫폼 업체 규제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CG=연합뉴스] ⓜ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지난 주말 터진 '카카오 먹통' 사태의 후폭풍이 여전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에 대한 독과점에 대한 국가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정부의 플랫폼 규제에 속도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1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위는 현재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및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 제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정위가 연내 시행을 목표로 마련 중인 플랫폼 심사지침은 플랫폼의 특성에 맞게 독과점 지위 판단 기준과 금지 행위 유형을 구체화한 일종의 공정거래법 해설서다.

새로운 규제를 신설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행위는 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명확한 법 집행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회색 지대를 줄이고 제재 기반을 닦는 효과가 있다.

공정위는 지난 1월 지침 제정안을 행정 예고한 뒤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쳐 보완 작업을 진행해왔는데, 카카오 먹통 사태로 플랫폼 독과점 규제가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주목받고 있다.

플랫폼에 특화된 심사지침을 만드는 이유는 지침은 전통산업을 토대로 만들어진 현행 규정이 플랫폼의 다면적 특성과 쏠림 효과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서다.

카카오톡과 같은 서비스는 무료여서 시장점유율 등 전통적인 지표로 독과점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사지침에 시장 지배력 평가 요소를 열거하고 자사 우대, 끼워 팔기, 최혜 대우 요구, 멀티호밍 제한(경쟁 플랫폼 이용 방해) 등 주요 법 위반 행위 유형도 예시와 함께 담을 예정이다.

인천 서구 검암역 인근 카카오 T 바이크들이 세워져 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
인천 서구 검암역 인근 카카오 T 바이크들이 세워져 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

또 플랫폼 사업자는 서비스 이용료 외에 광고·개인정보 수집 등을 통해서도 이익을 얻는 만큼 무료 이용자와 플랫폼 사업자 간에도 거래가 존재할 수 있으며, 매출액 대신 이용자 수나 이용 빈도 등으로 시장점유율을 따질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노출 순서 등을 통해 자사 상품·서비스를 경쟁 사업자 상품·서비스보다 우대하는 '자사 우대'와 플랫폼 서비스에 다른 상품·서비스를 끼워파는 행위는 플랫폼 사업자가 일정한 분야에서 가진 독점력을 지렛대로 연관 시장까지 독점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공정위가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 택시에 콜(승객 호출)을 몰아준 의혹에 적용한 혐의도 자사 우대다.

심사 지침이 제정되면 카카오, 네이버, 쿠팡 등 대형 온라인 플랫폼이 각자 진출한 사업 영역에서 독과점 사업자에 해당하는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게 아닌지 판단하기 쉬워져 신속하고 엄정한 법 집행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공정위는 플랫폼 자율규제와 별개로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반칙·경쟁 제한 행위는 엄정히 제재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정부 안팎에선 문재인 정부가 입법을 추진한 온플법(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회에 계류 중인 온플법은 표준 계약서 교부를 의무화하고, 입점업체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구매 강제·경영 간섭 등을 규제하는 것이 골자다. 정권 교체 후 윤 정부는 온플법 입법 대신 플랫폼 자율규제로 정책 방향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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