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위축 우려에 국제유가 하락…정유사 하반기 실적 먹구름
현대오일뱅크 시황 악화에 결국 IPO 철회

지난해부터 이어진 국제유가 상승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정유사들이 최근들어 정제마진이 급락하면서 실적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부터 이어진 국제유가 상승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정유사들이 최근들어 정제마진이 급락하면서 실적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사진=연합뉴스]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국제 유가 상승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중인 정유사들이 최근 수익을 좌우하는 정제마진이 급락하면서 한달 새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2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이달 21일 기준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2.71달러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달 21일(30.49달러)과 비교하면 27.78달러나 급락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 여파로 국제유가가 오르자 정제마진은 덩달아 상승했고, 1월 평균 6.01달러였던 정제마진은 지난달 평균 24.51달러까지 올랐다가 이달 들어 21일까지는 평균 11.36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수입해 정제한 뒤 이를 휘발유·경유 등으로 만들어 파는데 정제마진이란 최종 석유제품의 가격에서 원유를 포함한 원료비를 뺀 마진을 말한다.

정제마진은 정유사별로 다르지만 4∼5달러를 이익의 마지노선으로 본다. 정제마진이 4∼5달러 이상이면 수익, 그 이하면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정제마진이 약세를 보인 것은 국제유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3월 배럴당 127.9달러까지 치솟았던 두바이유는 최근 100달러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 가격도 100달러를 넘나들며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에 더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재유행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가 위축된 것이 국제유가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사우디 아람코가 원유를 판매할 때 국제 원유 가격에 붙이는 프리미엄인 OSP(Official Selling Price)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 [PG=연합뉴스] ⓜ
국제유가 하락. [PG=연합뉴스] ⓜ

8월 인도분 아랍경질유(ARL) OSP는 9.3달러로 6월(4.4달러), 7월(6.5달러)보다 높아 정유사들의 원가 부담이 커졌다.

증권가에서는 정유업계의 실적이 정점을 통과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정유사들은 올해 상반기 고유가와 정제마진 초강세 덕분에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하반기에는 이 같은 초호황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로 꼽히던 현대오일뱅크가 최근 상장 계획을 철회한 것도 이런 부정적 전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 철회는 이번이 3번째다. 2012년과 2019년에도 상장을 준비하다가 철회한 바 있다.

현대오일뱅크 입장에서는 거듭된 번복이 기업의 신뢰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번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상장 계획을 거듭 철회한 것은 그만큼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과 정유업계의 업황 악화 가능성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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