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만든 '오프라인 vs 온라인' 시대
'대기업을 막아야 시장이 산다'는 발상 더이상 통하지 않아

산업경제팀 김금영 기자
산업경제팀 김금영 기자

[미래경제 김금영 기자] 차기 정부의 주요 과제 중 매번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게 있으니 바로 '유통산업발전법'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유통산업의 선진화와 소비자의 편익 증진을 위해 1997년 제정됐다. 

하지만 2010년대부터 골목상권 상인들과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법으로 방향이 틀어졌다. 

전통시장 근처에 대형마트 출점을 제한하는 것을 시작으로 점차 규제의 강도가 세졌다. 대표적 규제로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 24시간 영업금지 등이 있다.

여기에 지난해 여당은 대형마트에 이어 복합쇼핑몰, 백화점, 이커머스 등으로 유통산업발전법 적용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예고했다.

관련해 '현시대를 반영하지 못한 법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유통산업발전법이 제정될 당시엔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소비 중심의 패턴이 온라인으로 흘렀기 때문이다.

굳이 발품을 팔아 전통시장, 대형마트를 찾지 않아도 집에서 스마트폰 클릭 하나만 하면 원하는 상품이 바로 집앞으로 배송되는 시대다.

때문에 '대형마트 vs 골목상권'이 아닌 '오프라인 vs 온라인'으로 경쟁 구도가 변화한지 오래다.

대형마트 규제는 오히려 주변 지역 상권에 악영향을 미치며 공멸의 길을 걸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도입한 2012년부터 2019년 사이 소상공인의 매출과 시장 점유율은 각각 6.1%, 11.4% 감소했다.

소비자의 선택도 유통산업발전법의 방향과 달랐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를 통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의무휴업제로 대형마트에 못 갈 경우 전통시장을 방문한다'는 소비자는 고작 8.3%에 그쳤다. 

반면 '대형마트 영업일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고 답한 소비자는 28.1%에 육박했다.

실제로 2018년 이마트 부평점 폐점 이후 인근 상인들의 매출액이 감소했다. 대형마트가 있던 상권을 찾던 고객이 폐점 후 다른 상권으로 빠져나간 영향이다.

정부는 '대기업을 막아야 시장이 산다'고 강조해 왔지만, 이는 더이상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구시대적 발상이자, 오히려 역차별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유통 규제를 논의하기 전에 기존의 유통 규제가 변화하는 환경에 적합한지 분석이 필요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 가운데 유통업계는 차기 정부가 해묵은 유통산업발전법 규제를 완화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기업의 횡포는 제재할 필요가 있지만, 기업 자율성을 위해 섣부른 규제 도입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

선거 기간 중엔 '유통 불모지'인 광주에 복합쇼핑몰 건립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유통업계에 화두를 던졌다.

광주는 유통산업발전법의 규제 아래 유통 기업들이 수차례 진출 기회를 엿봤지만, 매번 고배를 마신 대표적인 곳이기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또, 지난달 21일엔 경제 6단체장을 만난 뒤 "신발 속 돌멩이 같은 불필요한 규제들을 빼내 기업들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힘껏 달릴 수 있도록 힘쓰겠다"며 강력한 규제 개혁 의지를 내비쳤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고 과거에 머물러 있는 법으로는 미래의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 차기 정부는 유통산업발전법의 지난 역사를 돌아보고,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갈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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