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성·근거 갖춘 방역대책마련해야

산업경제팀 김금영 기자
산업경제팀 김금영 기자

[미래경제 김금영 기자]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봤다.

'여러 명이 사적모임 시간 제한없이 즐기는 법'이라는 내용으로 작성된 글은 "대중교통은 사람이 많고 혼잡하지만, 방역패스 적용이 안 되니까 2호선 내선순환 열차 타고 몇시간씩 만나면 된다"고 했다.

현재의 방역정책을 비꼬는 취지로 작성된 글이었다. 그간 국민은 방역정책을 잘 따라왔다. 

하지만 최근 무분별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확대가 기본권을 침해하고, 백신 접종을 강요하며, 형평성에 어긋나는 애매모호한 기준으로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여기에 방역패스 효력과 관련해 재판부마다 다른 판단을 내놓고, 이에 대해 정부도 납득할 만한 근거와 기준을 제시하지 못해 현장은 혼란에 빠지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백화점, 대형마트의 경우다. 앞서 정부는 방역패스를 지난 10일부터 백화점·대형마트에 의무화했다.

이에 대해 14일 행정4부는 "상점·마트·백화점은 이용 형태에 비춰볼 때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볼 수 있다"며 "백신 미접종자들의 출입 자체를 통제하는 불이익을 준 것은 과도한 제한"이라며 서울 내의 3000㎡ 이상 상점·마트·백화점에 적용한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했다.

반면 같은 날 행정13부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대상으로 한 방역패스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같은 법원에서조차 재판부마다 서로 다른 법적 판단을 제시하면서 국민의 혼란은 가중됐다.

결국 정부는 전국 대형마트·백화점, 학원·독서실, 영화관, 박물관 등에 적용했던 방역패스를 해제하기로 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이로 인해 현장의 혼란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방역패스의 '형평성' 문제는 지적받고 있다.

백화점·대형마트에 방역패스를 의무화했을 당시 이곳들 못지 않게 많은 사람들이 출입하는 대중교통, 종교시설은 방역패스 적용시설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었다.

방역당국이 밝힌 지난해 발생한 집단감염 수치에 따르면 대형마트 19건(427명), 백화점 12건(327명), 교회 233건(7491명)으로 교회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수치가 훨씬 높았다.

현재 종교시설은 백신 접종완료자만 모일 경우 정원의 70%, 미접종자를 포함해 정원의 30% 최대 299명이 모일 수 있다.

이처럼 여전히 집단감염 발생 위험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방역패스를 비껴갔다.

이에 "마트 갈 자유는 없냐", "선택적 자유냐"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은 다른 곳에서도 발견됐다. 마스크를 벗고 밥을 먹는 식당에서 미접종자는 '혼밥'이 가능하지만,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있는 백화점·대형마트에서는 혼자 쇼핑할 수 없게 했기 때문이다.

또 백화점·대형마트 종사자는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않았어도 점포 출입에 제한을 받지 않아, 근무가 가능하지만 물건 구매는 불가능한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제대로 된 대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진행시킨 방역패스 의무화가 생활에 위협을 가한다는 반발도 있었다.

특히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은 대형마트 출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현장에서 발생하는 혼란과 시간 소요 등의 책임은 모두 유통업체가 고스란히 떠맡아야 했다.

애매모호한 방역패스 기준은 미접종자에 대한 차별 문제로 불거지기도 했다. 최근 커피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는 매장을 방문한 고객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를 구별하는 스티커를 붙여 논란이 됐다.

투썸플레이스 측은 "매장 이용 고객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강화된 방역수칙을 적극 준수하고자 시행한 것이었으나, 그 취지와는 다르게 고객에게 불편을 드린 점 송구하다"고 해명했다.

이 모든 문제들의 원인은 방역패스에 대한 명쾌한 기준과 근거가 없어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간 방역지침은 오락가락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진다는 비판이 많았다.

백화점·대형마트 방역패스 의무화를 해제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업계와 소비자 사이에서는 다행이라는 반응이 우세하지만, 제도를 시행한 지 겨우 일주일 만에 이뤄진 조치라 정책 신뢰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백신 부작용이나 이상반응을 우려하는 사람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한 대책 마련도 미흡하다.

방역패스 의무화 적용 범위를 넓히는 데 치우쳐, 정작 심한 알러지 반응이나 천식 등 기저질환으로 인해 백신을 접종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보완 대책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못했다.

관련해 19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4일부터 의학적 사유에 의한 방역패스 적용 예외 범위를 확대 적용한다고 밝히는 등 개선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는 지적은 이어지고 있다. 

또, 임신부가 예외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식의 방역은 공감도 설득력도 없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어느덧 2년이 지난 시점에 아직도 별다른 대안없이 백신 접종만을 강제한다면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보다 합리적이고 형평성 있는 방역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저작권자 © 미래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금영 유통부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