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팀 한우영 기자
산업경제팀 한우영 기자

[미래경제 한우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공정거래법상 ‘사익 편취’ 혐의로 과징금 8억원과 시정 조치(향후 금지 명령)를 결정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공정위는 최 회장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한 SK와 이를 받은 최 회장에게 향후 위반행위 금지명령과 과징금 8억원을 각각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지배주주의 사업기회 이용'에 제재를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는 반도체 소재산업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2017년 1월 ㈜LG가 갖고 있던 실트론(반도체 웨이퍼 생산업체)의 주식 51%를 인수했다.

이후 SK는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고 유력한 2대 주주가 출현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실트론 지분 추가 인수를 고민했고, 그해 4월 잔여 지분 49% 가운데 KTB PE가 가진 19.6%를 추가로 매입했다.

그러나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나머지 29.4%는 SK가 아닌 최 회장이 매각 입찰에 참여해 단독 적격투자자로 선정된 후 그해 8월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으로 사들였다.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이 가져간 '실트론 지분 29.4%를 취득할 수 있는 기회'는 SK에 상당한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였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그간 총수의 지분 취득은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 방지,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 등 측면에서도 오히려 권장돼왔다는 점이다. 총수나 경영진 등 대주주의 지분 취득은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사업 기회가 아닌 기업 가치 제고와 책임경영 의지의 설명 돼 왔다. 

실트론의 경우  2017년 SK가 인수하기 전까지는 10년간 매출이 제자리 걸음상태였다. 2007년 8300억원 정도였던 매출이 2016년에도 8300억 그대로였다. 실트론의 성장은 이런 기술력을 갖춰 가는 상황에서 사물인터넷(IOT)와 클라우드 컴퓨팅, 4차 산업혁명이라는 유례 없는 호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례적인 상황을 두고 총수가 사업기회를 뺏었다고 평가 한다면 앞으로 어느 기업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을까?

이번 공정위의 판단으로 앞으로 총수 등 대주주들의 투자 위축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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