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고령층, 키오스크 사용 어려움 겪어
교육 제공 및 키오스크 개선 등 지속적 노력 필요

산업경제팀 김금영 기자
산업경제팀 김금영 기자

[미래경제 김금영 기자] 디지털 중심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코로나19 장기화가 촉진시킨 비대면 문화까지 맞물려 모든 서비스를 완전 비대면으로 제공하는 매장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바로 주위만 둘러봐도 사람을 통해 직접 주문을 하기보다 전자기기를 통해 주문에서 결제까지 이뤄지는 무인 키오스크 기계를 이용하는 모습을 더 흔하게 볼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다소 낯설었던 풍경이 일상이 된 것이다.

국내 키오스크 시장 규모는 지난 2017년 65억원에서 2019년 150억원, 지난해엔 220억원까지 급속도로 성장해 왔고, 앞으로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외식업계가 키오스크를 선호하는 건 고정비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초기 창업 비용은 일반 매장보다 높을지 모르지만, 인건비 및 매년 오르는 임대료까지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키오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다.

무인화 바람이 본격 불기 시작했던 2018년 최저임금이 16.4%가량 올랐던 시기라는 점에서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 또 코로나19 시대 비대면 소비가 익숙한 고객에게 보다 첨단 기술을 활용해 색다른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오프라인 매장으로 발걸음을 이끌겠다는 의도도 있다.

이마트24가 지난 9월 신세계아이앤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과 손잡고 서울 코엑스 스타필드에 선보인 완전 스마트매장은 AI, 컴퓨터비전, 센서퓨전, 음성인식, 클라우드POS 등 신세계아이앤씨의 리테일테크가 총 동원돼 자동결제 기술이 구현됐다. 

고객은 매장 앞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통해 본인 신용(체크)카드로 인증 및 출입 QR코드를 받아 입장이 가능하며, 매장에서 원하는 상품을 들고 나오기만 하면 최초 인증된 신용(체크)카드로 자동 결제가 진행되는 방식이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배스킨라빈스는 모든 서비스를 완전 비대면으로 제공하는 무인매장 '플로우(flow)'를 론칭하고 1호점을 위례신도시에 이달 오픈했다.

섹타나인 스마트 스토어팀의 기술 협력을 통해 최첨단 IoT(사물인터넷) 무인 솔루션을 도입해, 매장 출입부터 상품 구매까지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내년 상반기에는 XR기술(확장현실)을 적용한 로컬마케팅 서비스인 '해피리얼'을 론칭해 고객의 오프라인 구매 경험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이 매장들 방문기는 디지털 환경이 익숙한 MZ세대를 중심으로 SNS 등에 공유되고 있다. 이들은 무인매장의 대표적인 장점을 '빠른 속도'와 '편리함'으로 꼽는다. 

대면으로 주문할 때 자칫 품목을 빠뜨리는 등의 실수가 벌어질 때가 있는데, 무인매장을 사용하면 메뉴 선택부터 결제까지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오히려 더 편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에게 무인매장이 편리한 것은 아니다. 고령층이나 시각장애인 등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키오스크 거래 경험이 있는 65세 이상 소비자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51.4%는 '키오스크의 복잡한 단계로 인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키오스크 이용 중 불편한 점(중복응답)으로 ▲복잡한 단계(51.5%) ▲뒷사람 눈치가 보임(49%) ▲그림·글씨가 잘 안 보임(44.1%) 등을 꼽았다.

또 별도로 키오스크 경험이 없는 65~69세 소비자 5명을 대상으로 실제 각 매장의 키오스크 사용 모습을 관찰한 결과 대부분 키오스크 이용에 실패하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무인매장에서 위급 상황이 벌어질 경우 바로 대처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이마트24는 스마트매장에 고객 쓰러짐, '살려주세요' 등 외침을 인지하는 최첨단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아직 무인화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새로운 변화와 발전에는 시행착오가 따르기 나름이다. 이때 한쪽에만 치우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IT기술이 주는 편의성에만 포커스를 두지 말고, 여기서 소외되는 약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부는 키오스크를 누구나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마련하고, 시민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등 제도적 보완에 힘써야 한다.

키오스크 또한 음성지원을 필수적으로 추가하고, 장애인, 고령층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복잡한 구매 단계를 단순화하고, 글씨 크기를 키우는 등 보다 세밀한 개선 과정이 필요하다.

이밖에 매장에 키오스크 업무를 도와주는 전담 직원을 배치하거나 호출용 벨을 설치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도 나온다.

사회가 변화하며 세대간 정보, 경험 격차는 커질 수밖에 없는 것다. 이 격차를 점차 조금씩이라도 줄이고, 공존할 수 있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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