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참여 기업 늘리는 데 급급해선 한계 봉착
소비자의 관심 끌 만한 특색 발굴도 필요

산업경제팀 김금영 기자
산업경제팀 김금영 기자

[미래경제 김금영 기자] 최근 장을 보고 돌아온 부모님이 "계산대에서 무려 1시간을 기다렸다"고 토로했다. 부모님은 이마트 '쓱데이' 행사에 다녀온 후였다.

마트 안 곳곳이 많은 사람들로 붐벼 혼잡했지만, 그만큼 할인 폭이 큰 상품이 많아 장을 보는 재미는 쏠쏠했다고 했다.

그런 부모님에게 "11월 열리는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아냐"고 묻자 "처음 듣는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표방하는 코리아세일페스타(이하 코세페)가 지난 1일 개막했다.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은 코세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지는 중이다. 무려 유통 732개사, 제조 1179개사, 서비스 142개사 등 2000개가 넘는 기업이 한 곳에 모여 오는 15일까지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이런 규모가 무색하리만큼 현장은 고요한 분위기다. 11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전환에 맞춰 소비 심리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여기엔 코세페에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행사가 시작됐던 초창기부터 꾸준히 나오고 있다. 늘 미국의 대규모 할인 행사 블랙프라이데이와 비교당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블랙프라이데이는 제조사가 직접 주도해 대규모 할인이 가능하지만, 코세페는 가격 결정권이 없는 유통업체가 중심이다. 그렇기에 가격 할인 폭에 한계가 있어 소비자의 관심을 끌 만큼 혜택을 제공하기 힘들다.

또 정부는 코세페 시행 초기부터 전통시장과 중소기업 등에 더 큰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데에 집중해 왔다.

반면 행사를 주도하는 대규모 유통업체는 별다른 지원을 받을 수 없어서 대형 유통업체들은 코세페 기간 동안 자체 행사를 기획하는 데 더 심혈을 기울이게 됐다.

대표적인 예로 쓱데이가 있다. 쓱데이는 신세계의 대표 행사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을 포함 신세계그룹 18개 계열사가 총 동원된 올해 쓱데이는 지난해 행사 대비 35% 증가한 8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반값 한우'나 '반값 샤인머스켓'처럼 눈에 띄는 대규모 할인 혜택을 마련해 소비자의 관심을 받는 데 성공했다.

이마트가 두 달치 물량인 180톤을 준비한 한우는 쓱데이 이틀간 7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샤인머스캣은 지난해 대비 매출이 144% 증가했다.

롯데는 연중 최대 할인 행사인 '롯데온세상' 효과를 봤다. 코세페 직전 마련한 롯데온세상 개막 첫날 전년 대비 163.1% 높은 매출을 기록하며 롯데온 론칭 이후 일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셀러 상품과 백화점 상품 매출은 전년대비 3배 이상 신장하며, 부문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롯데온을 방문한 고객과 구매한 고객도 각각 전년과 비교해 104.7%, 124.9%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쓱데이와 롯데온세상의 흥행에 위드 코로나 전환 시기까지 겹쳐 코세페에 대한 관심까지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기대했으나, 아쉽게도 코세페는 저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똑같은 할인행사를 매년 간판만 바뀐 채 선보인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정부는 올해 추진위·지자체에 4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등 매년 코세페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코세페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

단순히 참여 기업을 늘리는 데 급급하지 않고, 조화가 필요하다. 전통시장과 중소기업의 경쟁력 확보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대기업, 중소기업, 전통시장 등 참여 주체간 협력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소비자가 코세페에 관심을 가질만한 요소 발굴도 필요하다. 한 예로 중국의 연중 최대 쇼핑축제 광군제의 경우 디지털 시대에 맞춰 라이브 커머스를 적극 활용한다.

기업에 소속된 쇼핑호스트 등이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타오바오 생방송 등을 활용하는 등의 방식이 특징이다.

그 결과 이달 1~11일 광군제 기간에 중국 최대 이커머스 회사인 알리바바와 2위 업체인 징둥닷컴은 8894억 위안(약 164조 450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거래액 기록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7697억 위안)보다 16% 늘어난 규모다. 

그래도 긍정적인 건 코세페도 변화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매년 제각각이었던 코세페 기간을 11월 1일부터 2주간으로 정례화해 소비자의 인지도를 높이는 동시에 관련 업계가 미리 행사 시행에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온라인 소비가 늘어난 현상도 반영해 17개 시·도 지자체도 온라인 전용 행사를 준비하는 등 행사 다각화에 힘썼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코세페 기간 국내 카드 승인 금액은 전년 대비 6.3% 늘었다. 특히 전통시장 방문고객 수는 30%, 매출액은 25.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복소비 효과도 있긴 했지만, 긍정적인 변화의 흐름이다.

올해 여섯 번째를 맞이한 코세페는 아직 갈길이 많이 남아 있다. 그 길에서 코세페가 형식적인 할인 행사가 아닌 진정한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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