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팀 김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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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경제 김금영 기자] 최근 스타벅스에서 '리유저블 컵'이 대박을 쳤다.

지난달 28일 하루동안 전국 스타벅스 매장에서 제조 음료 주문 시, 다회용 컵에 음료를 제공하는 리유저블 컵 데이를 진행했는데, 서울 매장 곳곳에서 품절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 대박보다 눈길이 쏠린 현장이 있으니, 바로 스타벅스 파트너들의 시위다.

스타벅스 파트너들은 지난 7~8일 양일간 트럭시위를 진행했다. 노동조합이 없는 스타벅스 파트너가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22년 만에 처음이었다.

이들이 집단행사에 나서게 된 계기는 다름아닌 리유저블 컵 행사의 흥행이다. 행사가 마무리된 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는 스타벅스 직원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다수 올라왔다. 

사실 스타벅스의 굿즈 행사 관련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스타벅스는 정기적으로 다양한 한정판 굿즈를 선보였고, 매번 소비자의 관심을 폭발적으로 받았다.

지난해 여름에 진행됐던 서머 레디백·체어 굿즈 이벤트가 대표적이다. 당시 스타벅스는 17잔을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서머 레디백·체어를 제공했는데 한 소비자가 300잔을 구매한 뒤 음료를 버리고 서머레디백 17개만 갖고 가게를 떠나 논란이 됐다.

이같은 행사의 대박 이면에 늘 자리잡고 있었던 건 스타벅스 파트너들의 고된 노동 환경이다.

특히 이번 리유저블 컵 대란 때 일부 매장에 손님이 물려 "대기 주문량이 무려 650잔에 달해 도망치고 싶었다"는 파트너들의 하소연이 눈에 띄었다.

이같은 사태는 예견된 바였다는 의견이 많다. 국내 스타벅스는 전 직원을 정직원으로 채용하고, 동종업계에서 복지혜택이 높은 수준으로, 한때 직원들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스타벅스는 매장 테이블 등 사용 공간을 축소하며 직원수도 함께 줄였다. 이 가운데 올해만 굵직한 행사를 4번이나 이어가며 파트너의 부담이 점점 가중됐고, 결국 터질 게 터졌다는 것이다.

이에 송호섭 스타벅스 대표는 매장 파트너들에게 공식 사과 이메일을 보내면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겨울e프리퀀시' 행사를 2주 연기한 것이다. 12일로 예정된 행사가 28일로 2주 연기되면서 총 행사기간도 보름 단축된다.

겨울 e프린퀀시 행사는 미션음료 3장을 포함 총 17잔 음료를 마시면 '플래너' 등 스타벅스 굿즈로 교환해주는 정기행사로, 매년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업무과중으로 인해 파트너들이 단체활동에 나서는 등 불만이 거세지자 결국 스타벅스는 e프리퀀시 일정을 연기하고 파트너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할로윈 관련 굿즈를 선보이는 할로윈 프로모션은 현재 조심스럽게 진행 중이다. 다만 매장 판매는 일부 매장을 제외하면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스타벅스는 전 세계 동일하게 '직원'들을 '파트너'라 부른다. 이는 스타벅스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낸 하워드 슐츠가 만든 시스템으로, '기업의 성공을 직원들과 함께 나눈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번 첫 집단행동에서 스타벅스 파트너들은 "우리는 일회용 소모품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트너를 소모품이 아닌, 가장 소중한 자산으로 여기고 존중하는 초심을 스타벅스는 다시금 기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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