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하나씩 터지죠”…‘오징어게임’ 오영수 광고 제안 거절 대단

영화 ‘브라더’ 첫 주연작 개봉 “긴 호흡 보여주고파”
내 무기는 솔직함…‘브라더’는 진정성이 생명
정진운 아이돌 편견 깨준 친구…오래 보고파
오래 가는게 강한 놈…진실된 만능엔터테이너가 목표
공황 장애 이겨내는 중…‘모범형사’ 내면 연기로 분출

매년, 아니 한 달에도 수없이 많은 신인 혹은 중견 배우들이 영화와 드라마 등을 오간다. 통상적으로 미니시리즈의 분량인 총 16회에 출연하는 배우들만 놓고 봐도 인원이 상당하다. 그 중 시청자의 눈에 들거나 혹은 눈에 익거나 하는 소위 ‘신스틸러’ 배우들이 얼마나 될까. 한 작품에 한 명 나오면 그 작품은 소위 ‘중대형 대박’ 히트 범주에 들어갔다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극소수의 배우들만 대중의 귀한 눈도장을 받는다. 그렇기에 배우 조재윤의 존재는 더욱 귀하고 빛난다.

조재윤 프로필. 사진제공=비비엔터테인먼트
조재윤 프로필. 사진제공=비비엔터테인먼트

조재윤은 연기력이 어느 정도 궤도 위에 오른 뒤부터 존재감이 매 작품마다 터지고 있다. 작품 속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깔과 외형으로 완벽하게 재단해 유연하게 입고 벗는다. 말투며 표정까지 작가가 써준 것 이상의 실력을 현실 실사판 인물로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조재윤이 나와야 작품이 산다”는 말이 떠돌 정도로 굵직한 히트작의 중심에 맛깔 나는 그의 명품 조연 연기가 있었다. 서울예대 무대디자인과 출신인 조재윤은 지난 2003년 연극 ‘휴먼코미디’를 통해 배우로 데뷔해 올해로 19년차 연기자로 살고 있다.

물론 조재윤이 처음부터 특별한 배우는 아니었다. 연기 초반 조재윤의 역할은 극히 한정적이었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매서운 인상이 한계라면 한계일까. 강렬한 외형에 갇혀 주로 조직의 건달, 깡패, 악당 등 주인공을 괴롭히거나 주인공과 대치되는 악역으로 주로 나왔다. 그 뒤로도 행인, 카메오 등 한정적인 역할만 도맡아 했기에 끼와 매력을 펼칠 기회가 제한됐다. 그랬던 그가 여러 작품을 거치면서 스스로 한계의 틀을 깨고 나왔다. 전 작품과 비슷한 캐릭터를 맡았는데도 구사력과 전달력을 남다르게 표현하려고 무던히 애썼다. 결국 시청자들이 먼저 “저 배우 누구지?” “자꾸 눈에 들어온다”라는 반응을 보였고, 작가와 PD들이 감초 연기자로 물망에 올리며 드라마와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연기파 배우’가 됐다.

2001년 영화 ‘화산고’를 필두로 ‘영어 완전 정복’ ‘안녕! 유에프오’ ‘중천’ ‘국가대표’ ‘황해’ ‘아저씨’ ‘체포왕’ ‘7번방의 선물’ ‘용의자’ ‘내부자들’ ‘범죄도시’ ‘보이스’ 등 강렬한 작품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드라마는 ‘히트’를 시작으로 ‘이산’ ‘에덴의 동쪽’ ‘추적자 THE CHASER’ ‘전우치’ ‘구가의 서’ ‘주군의 태양’ ‘응답하라 1994’ ‘기황후’ ‘태양의 후예’ ‘보이스’ ‘구해줘’ ‘스카이캐슬’ ‘더킹:영원한 군주’ ‘모범형사’ ‘마우스’ ‘펜트하우스2’ 등 굵직한 작품을 통해 시청자와 자주 만났다. 이외에도 연극 ‘웃음의 대학’ ‘벽을 뚫는 남자’, 예능 프로그램 ‘바다경찰 1,2’ ‘호동's 캠핑존–골라자봐’ 등에서 맹활약하며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그런 그에게 올 하반기 의미 있는 작품이 다가왔다.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조직의 실세 용식(조재윤 분)과 위장 잠입한 형사 강수(정진운 분)의 팀플레이를 다룬 영화 ‘브라더(감독 신근호)’로 지난 7일부터 관객과 만나고 있는 것. 이 작품이 의미가 있는 건 배우 조재윤의 이름을 맨 앞에 내건 첫 주연작이자 97분 동안 쉴 새 없이 스크린을 누비는 명품 배우로서 맹활약했기 때문이다. 저예산 대비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첫 평가를 앞둔 시점에 화상 인터뷰로 만난 조재윤은 사뭇 상기된 얼굴이었다.

“오래 가는 놈이 강한 놈이라는 말에 동감해요. 다행히 매년마다 하나씩 꼭 터지는 작품이 나왔거든요. 오래 가는 배우이자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고 싶어요. 어차피 다 나중에 들통 나니 진실한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습니다.” 조재윤의 한마디 한마디는 진솔하고 유쾌했다. ‘과연 다음에는 무슨 답변이 나올까’ 귀를 세우고 들었을 만큼 매순간 경청하게 만들었다. 이런 모습을 왜 그동안 못 발견했을까 싶을 정도로 인터뷰 내내 매력이 넘쳤다. 마치 어떠한 역할에도 뚜렷한 개성에 따라 미묘하게 다 돋보이게 만드는 그의 연기처럼 빛에 따라 사물이 달리 보이는 프리즘같았다. 연기를 향한 열정을 바탕으로 타고난 입담과 감각적 위트까지 두루 갖춘 조재윤은 주어진 인터뷰 시간 동안 꽉 찬 매력을 발산하며 대기만성형 배우로서 취재진에게 성큼 다가왔다.

배우 조재윤 영화 '브라더' 스틸컷. 사진제공=BoXoo엔터테인먼트
배우 조재윤 영화 '브라더' 스틸컷. 사진제공=BoXoo엔터테인먼트

▶ 코로나 19로 인해 화상으로 인터뷰하게 됐는데요. 소감이 어떠세요?

-음 마치 라디오를 하는 기분이랄까요. 라디오 게스트나 DJ를 하게 된다면 아마도 이런 느낌일 것 같아요. 사실 제가 무대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용접 전공이라 죄다 손으로 수작업을 했거든요. 그러다가 이런 컴퓨터를 사용하는게 미숙해요. ‘다들 왜 이렇게 못하냐’ 하시더라고요. (취재진의 질문이 올라오는 채팅 대화창을 찾지 못해 당황하던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이거 보세요.(자신이 휴대전화를 들어보이며) 아후 폰 기능이 너무 많아요. 아날로그에게는 어려워요. 사실 제 별명이 나단 조예요. 하도 나다닌다 해서 ‘나단 조’ 하하.

▶ 영화 ‘브라더’에 출연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다면요?

- 이번 작품을 맡으신 신근호 감독님을 11년 전에 영화 ‘불량남자’ 작품을 통해 처음 알게 됐거든요. 그러다가 ‘브라더’를 준비하기 전까지 중간에 하려던 영화가 뜻대로 되지 않으셨고 몸까지 안 좋으셨어요.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영화를 하고 싶어 하셨던 터라 뜻이 잘 맞아 감독님과 다시 작품을 하게 됐어요.

- 사실 제가 주연이 이번이 처음이이에요. ‘긴 호흡을 갖고 연기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저만의 목표이자 도전이라 굉장히 망설였어요. 주연 배우는 작품에 책임을 져야 하거든요. 이번 작품은 제 스스로에게 가하는 채찍질이라고 생각해요. 조재윤이라는 배우가 긴 호흡의 연기를 잘할 수 있을지 평가를 받는 단두대에 올라온 기분이랄까요. 많이 미흡하지만 단역 및 보조 출연자 그리고 정진운 이하 배우님들과 함께 정말 열정적으로 만들었으니 예쁘게 봐주세요.

배우 조재윤 영화 '브라더' 스틸컷. 사진제공=BoXoo엔터테인먼트
배우 조재윤 영화 '브라더' 스틸컷. 사진제공=BoXoo엔터테인먼트

▶ 신근호 감독님과는 호흡이 잘 맞으셨나요?

- 신근호 감독은 테이크를 두 번 이상 잘 안 가세요. 저는 한 번 더 하고 싶은데 하는 아쉬운 순간이 있었어요. 그래서 전 제가 연기를 잘해서 감독님의 디렉팅이 좋아서 한 번에 끝나는 줄 알았어요. 아 그런데 작품을 보니 신근호 감독님과 다시는 작품을 하면 안 되겠구나 싶더라고요(웃음). 결과적으로 영화가 재밌게 만들어져서 100% 흥행에 자신이 있습니다. 조재윤이 발전된 배우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사실 이런 작은 영화들이 많이 나와 줘야 더 큰 영화가 나올 수 있는 거거든요. 요즘 코로나 시국 때문에 다들 어렵잖아요. 한국영화 발전을 위해 우리 같은 영화가 많이 나와서 함께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 관객이 이번 영화를 꼭 봐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영화 ‘브라더’는 크게는 남자들의 우정 이야기 작게는 조직과 경찰의 유착 및 대결 등에 대해 다룬다. 요즘 극장가에는 남자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재와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작품들이 관객과 수시로 만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관객이 이번 영화를 꼭 봐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영화 ‘브라더’는 저예산 영화 대비 작품 완성도가 높은 편이나 인물간의 끈끈한 설정, 사건의 매끄러운 연결, 반전의 묘미 등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 저희 영화는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브라더’는 한 남자가 자기 자신과 가족 또 다른 남자는 자신과 조직을 지키기 위한 이야기거든요. 이 영화는 단순하게 남자들이 맞서는 브로맨스 매력을 담기도 했지만 어찌 보면 용식이의 가족 이야기예요.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어떻게 했는지 그 재미를 보시는 게 쏠쏠할 것 같아요. 그 안에서 따뜻한 인간적인 이야기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액션은 자주 없지만 두 남자가 함께 가는 과정에 소소한 재미가 있어요.

배우 조재윤 영화 '브라더' 스틸컷. 사진제공=BoXoo엔터테인먼트
배우 조재윤 영화 '브라더' 스틸컷. 사진제공=BoXoo엔터테인먼트

▶ 이 영화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 하셨는데 실제 가족을 떠올린다면 어떠세요?

조재윤은 지난 2015년 9세 연하 쇼핑호스트와 결혼해 그해 아들을 품에 안아 단란한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고 있다.

- 저도 시골에서 부유하지 않은 집안에서 태어났는데 부모님 속을 많이 힘들게 했어요. 그러다가 아버님이 MBC 드라마 ‘기황후’ 6회(2013년)까지 보시다가 돌아가셨거든요. 늘 부모님에 대한 따뜻함과 그리움이 마음에 있죠. 그래서 ‘브라더’를 선택한 이유 중에 하나가 신근호 감독님만의 따뜻한 가족 이야기에 끌려서였어요. 신근호 감독님이 쓰셨는데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영화 시나리오가 10개 넘어요.

- 그 안에서는 꼭 엄마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가요. 저희 ‘브라더’에도 엄마와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요. 결국 ‘브라더’는 브로맨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엄마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그 부분을 되게 행복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 안에서 제가 푸근한 동네 형 같은 느낌이 났으면 좋겠습니다.

배우 조재윤 영화 '브라더' 스틸컷. 사진제공=BoXoo엔터테인먼트
배우 조재윤 영화 '브라더' 스틸컷. 사진제공=BoXoo엔터테인먼트

▶ ‘브라더’ 액션 연기가 많이 나옵니다. 촬영 비하인드가 있을까요?

- 싸움을 잘하는 인물이 아니라서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지 못했는데요. 복도에서 촬영을 하는데 바닥이 평평하지 않아 구르면서 어깨를 다쳤어요. 왜 영화 ‘영웅본색’ 같은 거 보면 맨 바닥에 떨어져도 잘만 일어나잖아요. 저도 그 생각만 하면서 했는데 막상 숨이 막혀서 못 일어나겠더라고요(웃음). 지금처럼 액션 연기에 대한 촬영 가능성을 열어두고 늘 트레이닝을 하고 있어요. 황정민 선배님의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나 ‘신세계’ 같은 그런 액션 연기를 잘해보고 싶어요. 그런 역할이 언젠가 올 것 같아요. 저희 어머님이 늘 기도해주시거든요(웃음).

▶ ‘브라더’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따로 노력한 게 있다면요?

지난해 종영한 MBC every1 예능 프로그램 ‘바다경찰 1,2’에 출연할 때 해양경찰의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주기 위해 보트 2종 조종 면허 자격증을 취득한 바 있다.

- ‘브라더’에서는 불법 시계를 유통하는 역할이라 시계에 대해 공부를 했어요. 제가 아토피가 있어서 시계를 못 차거든요(웃음). 그래서 시계를 별로 안 좋아해요. 역할이 시계를 불법으로 유통하는 직업을 가진 남자이기에 시계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면서 목소리 톤과 연기 패턴을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배우 조재윤과 정진운 영화 '브라더' 스틸컷. 사진제공=BoXoo엔터테인먼트
배우 조재윤과 정진운 영화 '브라더' 스틸컷. 사진제공=BoXoo엔터테인먼트

▶ 정진운 배우와는 연기가 호흡이 어땠나요?

또 다른 주연 배우 정진운은 발라드 그룹 2AM 출신 아이돌 배우다. ‘브라더’에서는 조직의 목적을 위해 잠입한 형사 신강수 역으로 등장한다.

- 솔직히 말해 아이돌이라는 선입견이 있었어요. 2AM의 발라드 곡을 들었는데 밴드 출신인지는 몰랐거든요. 이 영화를 통해서 아이돌 출신 배우에 대한 선인겹을 완전히 깨줬어요. 정진운도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 정진운으로 거듭나고 있고요. 앞으로도 오래 인연을 이어가고 싶어요.

- 사실 투샷을 잡을 때 난감했어요(웃음). 제가 170cm이고 진운이가 186cm라서 투샷이 정말 안 들어가거든요. 그런데 감독님이 롱테이크와 투샷을 좋아하셔서 ‘이걸 어떻게 화면에서 이겨내지’ 이런 마음이 들면서 어쩔 수 없이 했어요. 그래서 내 자신은 참 작지만 짱돌같은 느낌을 내려고 했죠. 마치 골리앗과 다윗의 느낌이랄까요. 여기에 의상, 헤어, 소품 등등 나름 하나 하나 신경을 쓰면서 매치해보려고 했는데 아쉬움이 있긴 해요.

▶ 연극 무대 데뷔 시작부터 지금까지 본인의 연기와 활약상에 대해 그래프를 그려본다면 지금 어느 지점까지 왔다고 생각하시나요?

조재윤은 배우의 인생 그래프에 대해 말하던 중 현재 전 세계적으로 신드롬 열풍의 중심에 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일남 역할을 맡은 오영수 배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 음 오래 가는 놈이 강한 놈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는 확 올라가는 그래프를 그리면서 나가지만 저는 무명 배우로 천천히 시작해 매년마다 잘 되는 작품이 꼭 하나씩 있었거든요. 계속 조금씩 소폭 상승해 일정하게 가고 있는 중이에요. 지금처럼 이렇게 오래 가고 싶어요.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일남 역을 맡으신 오영수 선생님 너무 멋지시잖아요. 치킨 광고 출연 거절하셨다고 해서 좀 놀랐거든요. 저라면 광고 찍었을 것 같거든요(웃음). 저도 선생님처럼 오래 가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 조재윤이자 진실한 만능 엔터테이너요. 저는 무조건 제 무기인 솔직함으로 다가갑니다.

▶ 어떠한 배우로 성장하고 싶으세요?

- 드라마 영화에서 악하거나 코믹한 연기를 많이 했거든요. 사실 제 실제로는 발랄하고 긍정적이든요. 재밌게 살자가 인생 모토고요. ‘왜 우울증이 오지’ 반신반의했는데 제가 연기를 하니까 우울해지고 수심이 짙어지더라고요. 살짝 공황 장애가 있어요. 그러다가 JTBC 드라마 ‘모범형사(2020년)’ 작품을 통해 제가 갖고 있던 슬픈 감정들이 표현됐어요. 비록 우정 출연이었지만 내면 연기를 표현할 수 있어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죠. 저 조재윤 좀 살려주십쇼. 앞으로도 오래 연기하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고 싶고요. 영화에서도 잘 자리를 잡고 싶아서 아이에게 ‘아빠 있잖아. 멋진 배우야’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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