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돌려막기 늘어난 영향으로 반년새 9만명 급증
자영업자 빚만 877조원으로 4명 중 1명은 ‘다중채무자’

한 은행지점에서 한 시민이 자동화기기를 이용해 대출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
한 은행지점에서 한 시민이 자동화기기를 이용해 대출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자료사진=연합뉴스] ⓜ

[미래경제 김대희 기자] 코로나19가 길어지고 강력한 거리두기도 지속되면서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빚을 진 ‘다중채무자’가 반년새 10만명 가까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 취업이 어려운 청년층과 실직자 등이 늘어난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내는 ‘돌려막기’로 생활을 이어가는 사례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1금융권(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금리가 높은 2금융권(저축은행, 카드, 캐피탈)이나 3금융권(대부업체)에서 빌리는 경우가 많고 상환 능력도 낮아 ‘부실 위험’이 가장 높다.

이에 금융당국이 다중채무를 리스크 수준별로 분류해 적극적으로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3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가계 다중채무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다중채무자는 436만137명으로 지난해 말(426만7862명) 대비 9만2275명 늘었다.

다중채무자가 반년새 10만명 가까이 늘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말에는 연간 증가폭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같은 기간 다중채무자 대출 금액은 583조원으로 지난해 말(553조)과 비교해 29조원 증가했다. 지난 한 해 31조원이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증가세다.

다중채무자라고 해서 모두 취약계층은 아니지만 비(非)다중채무자보다 부실대출의 가능성은 높으며 특히 고소득자보다 저소득자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차주 연소득 구간별 가계 다중채무자 수 분포를 분석한 결과 연소득 3000만원 이상 6000만원 미만 대중채무자는 7만6295명으로 6000만원 이상 9000만원 미만 2만7587명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1000만원 단위로 살펴봐도 4000만원 이상 5000만원 미만이 3만7403명으로 가장 많았다. 8000만원 이상 9000만원 미만은 6007명에 불과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대출로 생계를 이어가는 경우가 급증하면서 '부실 위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 서울 남대문시장. [사진=연합뉴스] ⓜ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대출로 생계를 이어가는 경우가 급증하면서 '부실 위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 서울 남대문시장. [사진=연합뉴스] ⓜ

윤 의원은 “상환능력이 낮은 다중채무자는 금리 상승기에 가계부채 뇌관일 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의 관리·감독과 세밀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권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다중채무자의 채무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도입한 바 있어 이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신복위와 금융기관간 협약을 통해 3개월 미만 단기 연체자가 금융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하기 전에 채무를 조정해주는 프리워크아웃을 실시했다.

다만 3개월 미만이라고 해서 모두 채무 조정을 제공한 것은 아니며 보유자산가액(주택 공시가격 기준)이 6억원 이상이고 채무규모가 5억원을 초과할 경우 채무조정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또 채무조정을 신청하기 6개월 전에 발생한 채무액이 총 채무액의 30% 이하이면서 부채상환비율(DTI)이 30% 이상이고 실·휴업, 폐업, 재난, 소득감소 등으로 채무조정 없이는 정상적인 상환이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만 채무조정을 제공했다.

한편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3월 말) 기준 국내 자영업자 수는 538만8000명으로 전분기 대비 11만명(2%) 줄었지만 3월 말 개인사업자대출을 낸 자영업자는 261만3000명으로 전분기 대비 7만명(2.7%) 늘었다.

개인사업자 대출 금액 역시 574조5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7조6000억원(3.2%) 증가했다.

자영업자들의 비(非)은행권 대출 역시 늘어나는 추세로 비은행권 개인사업자대출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164조7000억원으로 전기 대비 7조4000억원(4.7%) 늘었다.

개인사업자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중 3곳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낸 다중채무자는 지난 1분기 말 130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자영업자의 24.2% 규모이며 개인사업자대출을 낸 자영업자 중 다중채무자 비중은 49.5%였다.

이에 부실위기의 소상공인에게 경영컨설팅을 실시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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