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경제팀 김금영 기자
산업경제팀 김금영 기자

[미래경제 김금영 기자] 과거 백화점이 문을 열 당시엔 앞에 백화점 브랜드명, 그 다음 백화점이 들어서는 지역의 이름이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었다.

가령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현대백화점 신촌점',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등처럼 말이다.

이랬던 백화점들이 '백화점'이라는 명칭을 버리고 있다. 시작은 현대백화점이었다.

올해 2월, 19년만에 서울에 새 점포를 선보이며 '더현대 서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27일 대전에 '대전신세계 아트 앤 사이언스'를 열었다. 이달 10일 경기도 의왕시에 문을 여는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 빌라스'는 '의왕점'이라는 표기가 나오지 않도록 모니터링하고 있다.

변한 건 백화점 이름뿐만이 아니다. 백화점의 성격을 대표하는 이름이 바뀌면서 공간의 정체성도 변하고 있다.

주요 백화점 3사는 새 점포를 선보이며 일제히 '미래형 백화점'을 주요 테마로 내세웠다. 점포를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닌,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재해석한 것이 공통점이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의 주요 콘셉트를 도심 속 자연주의, 즉 '리테일 테라피(쇼핑을 통한 힐링)' 개념을 적용한 미래 백화점이라 칭했다.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 면적을 줄이고, 고객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늘리면서 공간은 초록빛에 휩싸였다.

지난달 20일 개장한 롯데백화점 동탄점의 주요 콘셉트는 '스테이플렉스(Stay+Complex)'다.

'고객이 계속 머물고 싶은 백화점'을 지향하며, 백화점을 높은 층고의 개방감 있는 공간, 거대한 루프형 순환 고객 동선, 채광창 도입 등으로 기존 쇼핑 공간과는 차별화했다.

대전신세계 아트 앤 사이어스는 쇼핑은 물론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를 새롭게 시도한 신개념 '미래형 백화점'임을 자부한다.

과학과 문화, 예술이 어우러진 특별한 공간을 만들고자 카이스트 연구진과 손잡고 과학관 '신세계 넥스페리움'을 꾸렸고,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4200톤 수조의 아쿠아리움도 들여 놓았다. 이름에 아트 앤 사이언스를 넣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처럼 백화점이 큰 변화를 맞게 된 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의 영향이 크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콕 생활이 일상화되며 소비자의 소비 패턴은 온라인으로 가속화됐다.

통계청이 지난달 4일 발표한 올해 2분기 온라인쇼핑 동향을 보면, 2분기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46조 8885억원으로 1년 전보다 25.1%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백화점이 강점으로 내세웠던 명품 또한 온라인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지난해 국내 온라인 명품 시장 규모를 1조 5957억원으로 집계했다. 이는 2019년에 비해 11%, 2017년에 비해서는 26.2% 늘어난 수치다.

쇼핑도, 명품도 온라인에서 해결할 수 있는 시대에 백화점은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새로 짜야 했다.

그 결과 백화점이 놀거리, 볼거리, 휴식공간을 포함하고 있는 '복합문화공간'이 됐다. 온라인 쇼핑채널에서는 한계가 있는 문화생활 체험 및 힐링 등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고객의 발걸음을 이끄는 것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오랜 시간 억눌린 사람들의 여행 및 문화생활 욕구는 새단장한 미래형 백화점으로 흐르는 추세다.

성과는 눈에 띄기 시작했다. 더현대 서울은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로 입소문을 타며, 오픈 100일 만에 매출 2500억원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현대백화점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863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7.2% 증가했는데, 특히 백화점이 실적을 이끌었다.

백화점 부문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543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8.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653억원으로 전년보다 148.9% 늘었다.

신세계와 롯데 또한 체험 요소를 강화한 대전신세계 아트 앤 사이언스와 동탄점이 그룹의 실적을 이끌며 미래 백화점 사업의 돌파구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백화점의 정체성은 이제 변화하고 있다. 단순 제품 판매에 집중했던 과거 백화점의 정체성을 버리고, 복합 놀이·휴식·문화공간으로서의 정체성에 방점을 찍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백화점의 변화는 더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미 시작된 주요 백화점들의 변화에서 백화점 업계가 느끼는 위기감과, 이를 타개하기 돌파구 찾기, 또 미래에의 기대감까지 모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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