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소비 패턴의 변화 읽어야
10원 차이보다 신념·품질에 가치 두는 경향 강해져

산업경제팀 김금영 기자
산업경제팀 김금영 기자

[미래경제 김금영 기자] 끝물인가 싶었던 '최저가 전쟁'에 이마트가 다시금 불을 붙였다.

이마트는 13일부터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 대상 품목을 기존 500개에서 2000개로 확대하는 한편, 하루에 보상 적립받을 수 있는 'e머니'도 3000포인트에서 5000포인트로 상향한다고 최근 밝혔다.

또 다음달 초엔 현재 이마트앱에서 '가격보상 신청' 버튼을 터치해야 차액을 적립받을 수 있는 방식도 터치 없이 자동으로 적립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변경한다는 계획이다. 즉 최저가 전쟁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올해 유통업계에서 본격적인 최저가 전쟁의 서막은 이마트가 올렸다. 지난달 매 당일 오전 9~12시 이마트 가격과 쿠팡, 롯데마트몰, 홈플러스몰 판매 가격을 비교해 고객이 구매한 상품 중 이마트보다 더 저렴한 상품이 있으면 차액을 e머니로 적립해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쿠팡은 최저가를 내세우진 않았지만 '배송비 면제'를 내세웠고, 롯데마트는 이마트가 내놓은 가공·생활 500개 생필품 최저가에 동일한 가격 정책으로 맞서는 것은 물론, 추가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롯데마트고(GO)' 앱 스캔 결제 시 해당 상품들에 대해 엘포인트를 5배 적립해 주겠다고 밝혔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과 옥션은 18일까지 마트 뷰티 상품을 최대 50% 할인 판매하는 '메가세일'을 진행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속 생활필수품을 중심으로 한 최저가 전쟁이 소비자의 호응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실제로 이마트는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를 선보인 지난달 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34일동안 일평균 395명의 고객이 적립 혜택을 받고 있으며, 같은 기간 e머니 가입자수는 38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고개를 갸웃거린다. 주요 소비 세대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가 떠오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최저가 전쟁은 과거만큼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입증하는 대표적 소비 트렌드로 '미닝아웃'이 있다. 정치적·사회적 신념 등 자신이 가치있다고 느끼는 것들을 소비 행위를 통해 드러내는 것으로,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불거지고 있다. 미닝아웃에선 가격보다 신념이 앞선다.

대표적인 예로 무라벨 제품이 있다. '친환경' 가치를 내세운 무라벨 제품이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무라벨 생수의 매출은 지속 신장해 지난 1월 28일부터 이달 19일까지 75.7% 신장했으며, '무플라스틱캡 세제'는 출시 두 달 만에 약 5만개, '공용기'는 약 5000개 가량 판매됐다. 

이에 롯데마트는 무라벨 생수에 이어 무라벨 새벽 대추방울토마토를 지난달 출시했다. 식음료업계도 생수뿐 아니라 탄산음료와 커피, 차도 무라벨 제품으로 선보이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또 돈이 더 들더라도 좋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선호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유통업계도 이런 소비자의 소비 패턴의 변화를 읽고 있다. 대표적으로 홈플러스는 최저가 전쟁 불참을 선언하며, 품질로 승부하겠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판매단위가 달라 비교도 쉽지 않고, 품절/카드할인/멤버십 제외 등 조건도 까다로워 최저가 경쟁이 고객 혜택 실효성이 오히려 낮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품의 신선한 품질과 더불어 전국 당일배송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쿠팡의 성장 요인도 최저가 제품이 아닌 '로켓배송' 서비스가 대표적으로 꼽히고 있다.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소비자가 부각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이상 최저가를 다투는 10원 전쟁은 눈길을 끌만큼 혁신적이지 않다. 고리타분한 경쟁에서 벗어나 변화한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짜야 앞으로의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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