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이제훈 카버코리아 대표 신임 대표로 선임
앞선 사례로 강희석 이마트 대표,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까지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목적

(왼쪽부터) 이제훈 홈플러스 신임 대표,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 강희석 이마트 대표. [사진=각사 제공] ⓜ
(왼쪽부터) 이제훈 홈플러스 신임 대표,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 강희석 이마트 대표. [사진=각사 제공] ⓜ

[미래경제 김금영 기자]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주요 대형마트들이 내부 중심의 '순혈주의'를 벗어나 '외부 출신 전문가'를 임원에 적극적으로 기용하고 있다. 경영능력이 입증된 전문가를 중책에 기용하면서 위기를 타개하려는 의도다.

최근 홈플러스는 이제훈 카버코리아 대표를 홈플러스의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앞서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지난 1월 임일순 전 홈플러스 사장이 일신상 이유로 사임한 뒤  외부에서 유통 전문가를 물색해왔다.

이로써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주요 대형마트 3사의 수장이 외부 출신 전문가로 전부 교체됐다.

연세대 경영학과와 미국 와튼스쿨 경영학석사(MBA)를 졸업한 이제훈 신임 대표는 지난 30여년 동안 리테일, 소비재 분야에서 종사해온 유통 전문가다.

이 신임 대표는 학업 후 '펩시'와 제약사 '쉐링 플라우'의 미국 본사를 거쳐서 2000년도부터 '피자헛 코리아'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최고개발책임자(CDO), 최고운영책임자(COO) 역할을 담당했다.

홈플러스는 현재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9 회계연도(2019년 3월~2020년 2월) 기준 전년 대비 4.69% 감소한 7조 3002억원의 매출과 38.39% 감소한 160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했다.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의 모습. [사진=홈플러스 제공] ⓜ
홈플러스 스페셜 목동점의 모습. [사진=홈플러스 제공] ⓜ

이에 유통·소비재 분야에서 뼈가 굵은 전문가인 이 신임대표 영입을 통해 위기를 타개할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이 신임대표 영입 소식과 더불어 향후 성장 전략도 공개했다.

올해 지난해보다 3000억원 늘어난 1조 3000억원의 온라인 매출을 올린 뒤 2022년에는 1조 8000억원, 2023년에는 2조 4000억원까지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홈플러스 측은 "이제훈 신임 대표가 리테일, 소비재 분야에서의 탁월한 경험과 전문성, 리더십을 바탕으로 선도적인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 유통기업으로 나아가는 홈플러스의 성장가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이 신임 대표의 취임은 다음달로 예상된다.

외부 인사 영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꼽힌다. 이마트는 2019년 2분기, 창립 이래 첫 영업적자를 낸 뒤 그해 10월 베인앤컴퍼니에서 소비재·유통 부문을 담당하던 강희석 파트너를 대표로 영입했다.

당시 이마트가 회사 창업 26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 인사를 최고경영자(CEO)로 들인 사례로 업계가 들썩였다.

강 대표는 1993년 행정고시 합격 이후 농림수산부 식량정책과, 유통기획과 등을 거쳐 2005년 베인앤드컴퍼니에 입사했다.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소비자와 유통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이마트 컨설팅을 맡기도 했다. 

강 대표는 창고형 매장 트레이더스와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편의점 이마트24,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의 출범 등을 컨설팅하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사진=연합뉴스] ⓜ
이마트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사진=연합뉴스] ⓜ

강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SSG닷컴 대표도 겸임하며 이마트의 온·오프라인 사업을 이끌고 있다. 

강 대표는 취임 1년 동안 이마트를 성공적으로 혁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삐에로 쇼핑, 부츠, PK피코크 등 적자를 내던 전문점 사업을 과감히 청산했고, 이마트를 신선식품 중심의 점포로 개편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매출액이 전년 대비 17.8% 증가한 21조 3949억원을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11월 강성현 롯데네슬레코리아 대표를 롯데마트 사업부장(대표)으로 임명했다. 강 대표는 한국까르푸와 BCG(보스턴컨설팅그룹)를 거친 외부 출신 전문가로, 역시 외부 출신이 수장을 맡은 이례적인 경우로 주목받았다.

강 대표는 사업과 부진한 사업을 본궤도에 올리는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롭스 대표를 맡아 후발 주자였던 롭스를 시장에 안착시켰고, 2019년에는 10년 동안 적자였던 롯데네슬레코리아의 흑자 전환을 이끌었다.

새 수장이 되고 나서는 경쟁사인 이마트 본사를 둘러보고, 이 과정에서 강희석 이마트 대표와도 인사를 나누는 행보를 보여 업계의 관심을 받았다. 업계 선두인 이마트 방문을 통해 인사이트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됐다. 

롯데마트 스마트스토어인 중계점의 후방 자동화 설비. [사진=롯데마트 제공]
롯데마트 스마트스토어인 중계점의 후방 자동화 설비. [사진=롯데마트 제공]

롯데마트는 2019년 25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비효율 점포를 중심으로 고강도 매장 구조 조정을 단행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190억원의 연간 영업이익을 기록,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대형마트 3사의 수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기존 점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O2O 서비스 개발 및 배송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3년 내 대형마트에서 상품을 찾아 담아 배송 준비를 해주는 '피커' 인력을 현재 1900명에서 4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마트는 최근 네이버와 25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 여성복 온라인 쇼핑몰 W컨셉 인수 등 외부 기업들과의 활발한 협력 움직임을 보이며 꾸준한 혁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온라인 배송에 최적화된 미래형 매장인 스마트스토어(온라인 주문 이후 매장에서 상품 선별과 포장을 30분 안에 끝내고, 배송이 가능한 스토어)와 세미다크스토어(배송 전 단계인 팩킹에 주안점을 두고 매장 영업과 동시에 후방에 핵심 자동화 설비를 구축한 형태) 등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하루가 멀다하고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서 수십년 동안 한 회사에만 있었던 내부 임원들의 아이디어로는 위기를 타개하기에 한계점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이에 보다 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시각을 갖고, 냉철하게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외부 전문가에 대한 선호가 유통업계에서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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